캐나다 “美에 상응 조처”
중국은 美 농산물 겨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발표한 철강ㆍ알루미늄 관세 폭탄 부과 방침이 거대 경제권간 글로벌 통상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중국, 캐나다 등이 보복 조치 검토에 들어가자 트럼프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고 전면전을 예고해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EU는 미국의 철강 25% 관세 부과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미국산 수입액 약 35억 달러(한화 약 3조7,905억원) 상당에 25의 보복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특히 미국산 철강과 농산물은 물론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 데이비슨, 위스키 생산업체 버번,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 등 미국의 상징적 브랜드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EU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2002년 수입 철강에 대해 3년 간 세이프가드 조처를 발동했을 때도 버번 위스키와 오토바이 등에 대한 보복관세를 압박 카드로 꺼낸 적이 있다. 결국 부시 전 대통령은 2003년 세이프가드를 철회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EU가 그곳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해, 이미 엄청나게 높은 관세와 장벽을 더 높이려고 한다면 우리도 그야말로 미국으로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그들의 자동차에 대해 세금을 적용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유럽산 수입 자동차에 보복 조치를 추가로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이번 주 철강 관세가 공식 확정되면 그에 따른 EU와 미국의 상호보복 때문에 철강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의류 등 소비재 제품으로 관세 전쟁의 불똥이 옮겨 붙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트윗을 통해“한 국가(미국)가 거래하는 모든 국가와의 교역에서 수 많은 돈을 잃고 있다면 무역 전쟁은 좋은 것이며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쉽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 국가와 근로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우리의 철강산업은 상태가 안 좋다”며 “철강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어떤 나라가 우리나라 수입품에, 예컨대 50%의 세금을 물리는데 우리는 동일 수입품에 아무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면 공정하지 않고 현명하지도 않다. 우리는 곧 ‘호혜세’(reciprocal tax)를 도입할 것이다. 그들이 우리 제품에 부과하는 만큼 우리도 부과할 것이다. 8,000억 달러의 무역적자에 다른 선택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에도 호혜세 부과를 예고했으나 관세인지 내국세인지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다른 나라가 보복 관세에 나서면 다시 맞불을 놓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통상 전쟁은 EU 뿐만 아니라 캐나다, 중국 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대미 철강수출 1위 국가인 캐나다의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외교장관은 성명을 통해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규제가 가해진다면, 우리의 무역 이익과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2개국의 통상전쟁이 현실화한다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실질적 의미를 잃을 수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정부의 ‘철강 관세’ 다음 수순은 나프타 탈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대두(콩)ㆍ수수 같은 미국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국은 철강 뿐만 아니라 중국의 지적 재산권 침해 조사도 벌여왔고, 이에 대한 제재 발표를 앞두고 있다.

동맹국간에 벌어지는 난타전에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또는 사적으로 대통령에게 결정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상원 2인자인 존 코닌(텍사스) 의원은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이 농산품 관세부과로 맞대응할지 모른다”면서 "이 경우 우리 농가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화당 소속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도 성명을 통해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미국 기업들이 사업장을 캐나다 등 다른 나라로 옮길 수 있다”며 “이는 정부가 미국의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힌 목표와 정확히 반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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