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온라인게임 등 “성 구별보단 개성이 우선”

스포츠카 온라인게임 등 “성 구별보단 개성이 우선”

과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마초(macho) 브랜드’들이 여성을 상대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경제력, 구매력을 갖춘 여성들이 증가하는 동시에 다양한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성 취향, 여성 취향의 이분법적 경계 구분이 약해지면서 여성을 새로운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여성을 ‘운전석’에 앉히기 시작한 차 업계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 업계다. 자동차 회사들은 그동안 은연중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이나 뒷자리에 여성을 앉혀 남성들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수동적으로 타는 존재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제 여성도 당당히 자동차와 운전을 즐기는 대상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그림 1배우 김혜수씨가 지난해 출연한 볼보코리아의 '더 뉴 볼보 크로스 컨트리'의 TV 광고. 광고 동영상 캡처

스웨덴에 본사를 둔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해 새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 ‘더 뉴 볼보 크로스 컨트리’를 출시하며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한 TV 광고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바쁜 일상에서 여유를 찾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운전대를 잡은 김혜수의 모습을 덤덤하게 담은 영상과 ‘세상은 말한다. 내일을 꿈꾸라고. 나는 말한다. 오늘을 꿈꾸겠다고. 내가 꿈꿔 온 삶. 바로 지금’이라는 목소리가 어우러지면서 여성의 주체성을 도드라지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통 자동차 광고가 차의 성능, 기능에 무게 중심을 뒀던 것과 달리 볼보는 국내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북유럽의 ‘스웨디시 라이프스타일러(Swedish Lifesyler)’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어 삶을 당장 즐기라는 메시지를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솔직하고 당당한 배우 김혜수의 이미지와 잘 맞았다는 평가와 함께 광고를 보고 해방감을 느꼈다는 여성도 많았다”며 “전통적 세단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장점만 모으면서도 크기가 작은 CUV가 여성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것도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볼보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JTBC ‘효리네 민박 2’에 ‘올 뉴 XC 90’을 차량 제공(PPL) 했고, 당당한 여가수의 대명사인 이효리가 제주의 풍경 속에서 볼보를 운전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볼보코리아는 2분기 출시 예정인 신차 ‘XC 40’의 마케팅에서도 여성을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도 여성 운전자 모시기

스피드를 즐기는 여성 운전자들을 겨냥한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마초 마케팅]이탈리아의 럭셔리카 브랜드 마세라티의 수입, 판매를 총괄하는 FMK코리아가 지난해 여성 고객을 위해 마련한 신차 소개 및 시승 행사에 참가한 고객들이 소개 영상을 보고 있다. FMK코리아 제공

마세라티 수입을 총괄하는 FMK코리아는 지난해 여성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시승 이벤트를 두 차례 진행했다. 최고 시속 250km가 넘는 ‘르반떼’와 ‘기블리’에 대한 소개와 북한강변 국도와 고속도로를 달리는 시승 행사 뒤 이탈리안 코스 런치를 즐기는 자리였다. 고재용 상무는 “여성 고객 비율이 2016년 26%에서 지난해 33%로 늘었고, 지난해 판매된 약 2,000대 중 700대 이상을 여성이 구매했다”라며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속도를 즐기고 싶어 하는 여성이 늘고 있어 직접 차를 보고 운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포인트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전문 강사와 함께 전국 대형마트를 돌며 여성들을 대상으로 ‘마트 주차장 출입 하는 방법’ ‘주차하는 방법’ ‘사고 발생 시 대처법’ 등을 교육하는 생활 밀착형 여성 고객 프로그램을 진행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산뜻한 디자인과 감성 스토리로 여심 잡기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가 강한 카메라 브랜드도 여성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열심이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 ‘예쁜 사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가 일상인 트렌드에 맞춰 디자인과 외형을 작고 가볍게 변화시켜 여심을 자극하고 있다.

[마초 마케팅]무겁고 딱딱한 그래서 남성 위주의 제품으로 꼽히는 카메라도 여성 고객에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캐논코리아는 배우 신민아씨를 모델로 내세워 '여행 가서 사진 찍고 싶은 카메라'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논코리아 제공

강인한 카리스마의 남성 모델 대신 소니(송혜교), 캐논(강소라, 신민아) 등이 유명 여배우를 모델로 내세워 사진을 찍고 싶도록 만드는 감성적 접근에 호소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캐논코리아는 신민아를 모델로 내세워 ‘EOS M100’를 여행 사진 잘 찍는 카메라로 강조하고 있다. 낭만의 도시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석양과 야경을 그려내면서 여행지에서 소중한 순간을 예쁘게 기록하는 방법, 피사체와 풍경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 팁, 카메라 하나로 여행지에서 어떻게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는지 등을 다양하게 스토리텔링으로 소개한다. 앞서 소니코리아는 송혜교를 모델로 셀카 촬영 등 여성에게 특화된 미러리스 카메라 ‘A5000’의 강점을 부각했다.

개발 단계부터 여성 취향 적극 반영해

제품 개발 단계부터 여성 취향을 적극 반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 게임 업계가 대표적이다. 게임 업계에서는 여성 게이머들을 겨냥한 게임을 ‘여성향’이라고 부르며 ‘게임은 남성만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마초 마케팅]게임을 즐기는 여성들이 빠르게 늘면서 게임 업계들도 여성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넥슨이 주최한 서든어택 챔피언스리그 여성부 게임에 참여한 게이머들이 경기에 열중하고 있다. 넥슨 제공

넥슨의 대표적 롤플레잉게임(RPG) ‘마비노기’는 온라인 RPG는 남자들의 게임이라는 고정 관념을 무너뜨리고 여성 이용자들을 흡수하는 데 성공한 온라인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요리, 연주, 세공, 의상디자인 등 다채로운 생활 콘텐츠의 비중을 늘린 것이 여성 게이머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며 “중세 판타지 배경의 캐릭터 중심 시나리오, 스토리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한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게임의 여성 이용자 비중은 44.5%로 남성 이용자에 버금갔다. 넥슨은 올해 1월 출시한 새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에서도 여성들의 요리, 재봉, 농사, 창작, 미술, 채집 등 생활형 콘텐츠를 대거 추가했다.

가수 아이유를 모델로 해 화제를 모았던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음양사’는 여성 이용자 비율이 절반에 육박할 만큼 호응이 컸다. 남성 이용자들은 RPG에서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여성들은 캐주얼 장르에서 호흡을 길게 가지고 안정적으로 게임하길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해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방대한 양의 콘텐츠와 긴 호흡의 캐릭터 성장 곡선을 돋보이게 했다. 회사측은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여성 게이머 유입에 성공했다고 설명한다.

네오위즈가 내달 정식 출시할 게임 ‘뮤즈메이커’는 아예 여성을 타깃으로 제작됐다. 순정만화에서 본 듯한 파스텔톤 그래픽, 아기자기한 캐릭터 그리고 400종류가 넘는 헤어, 의상, 신발, 액세서리 등 패션 아이템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마음껏 꾸밀 수 있는 스타일링 콘텐츠를 갖췄다. 패션 수치가 상승하면 매력 수치가 올라가고 게임 자체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쉽도록 해 꾸미면서 게임을 즐기도록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의 경우 남성 응답자 중 절반(50.4%)가량, 여성 응답자는 4명 중 1명(26.8%) 꼴로 이용하는 반면, 모바일 게임은 남성(59.3%)보다 여성(60.3%)이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여성이 게임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예 여성을 위한 별도 e스포츠 리그가 운영 중인 게임까지 있다. 1인칭 슈팅게임 ‘서든어택’과 캐주얼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는 여성부가 따로 있고, 팀전, 개인전까지 진행 중이다.

광고회사 이노션의 이진원 국장(현대차본부 기획팀장)은 “광고나 마케팅 기획에 있어 과거에는 인구학적 통계로 남성, 여성을 구분하는 것이 기본이었지만 지금은 성의 구별보다는 개성을 더 중요히 여기게 됐다”라며 “여성이 목소리를 키우고 사회적 입지가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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