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직접 접촉 ‘뉴욕 채널’ 핵심인사 돌연 사퇴 왜

“말 안통하는 상황 좌절 표현” 해석
백악관 관계자 “드리머”… 홀대설도
빅터 차 주한美대사 낙마 이어 충격
북미 대화 중대 국면서 차질 우려
트럼프 발언 ‘北 비핵화 먼저’ 강조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에 참석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조셉 윤(64)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및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가 이번 주를 끝으로 사퇴한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미 행정부 내에서 대북 대화에 가장 적극적인 인사로 꼽혀왔다. 그래서 윤 대표의 사퇴는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백악관에 대한 좌절감의 표현으로 해석돼 향후 북미 대화의 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계인 그가 미국과 문재인 정부와의 소통에서도 적극적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공백은 한미간 대북 공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표는 이날 CNN에 “지금 은퇴를 결정키로 한 것은 전적으로 내 결정”이라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아쉬움을 갖고 내 사직을 받아 들였다”고 밝혔다. 일단 백악관의 압력에 의한 사퇴는 아니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보도 이후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틸러슨 장관이 윤 대표의 사직 결정을 수용했다고 확인했다.

윤 대표는 그간 지인들에게 적절한 시점에 은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도 “언젠가는 은퇴해야 하고 여러가지로 지금이 괜찮은 시점이라고 생각했다”며 북미 대화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이 나서서 하면 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54년생인 윤 대표는 1985년 국무부에 들어온 이후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와 말레이시아 대사 등을 역임하며 33년간 국무부에 근무해왔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북미 대화 여부가 초미 관심사로 떠오른 중대 국면에서 은퇴를 결정한 것은 개인적 이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윤 대표는 틸러슨 장관이 여러 차례 강조해온 북한과의 직접 접촉 통로인 이른바 ‘뉴욕 채널’의 핵심 인사다. 파트너는 박성일 주유엔북한대표부 차석대사다. 윤 대표는 지난해 5월에는 북한 최선희 북미 국장을 오슬로에서 접촉해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석방 교섭을 벌였고 6월에는 평양을 방문해 웜비어를 데려왔다. 하지만 웜비어가 귀국 6일만에 사망하는 등 그의 대화 노력은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특히 윤 대표의 외교적 노력은 백악관의 지원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백악관 내 대북 강경파들과의 갈등이 심했다는 게 중론이다. 대북 강경파들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북한의 핵 야욕을 꺾을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윤 대표는 북한의 오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로 대화 채널 유지에 안간힘을 써왔다. 이 때문에 백악관 관계자가 지난해 11월 한 인터뷰에서 윤 대표를 “드리머(dreamer)”라고 비꼴 정도였고, 트럼프 정부 내에서 홀대를 받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아울러 윤 대표는 지난해 11월 북한이 60일 동안 도발을 중단하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60일 플랜’을 제시하며 북한과의 대화 문턱을 낮췄지만, 북한이 그 달 29일 화성-15형을 발사해 윤 대표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켰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윤 대표와 측근들을 인용해 “윤 대표의 사퇴는 트럼프 정부 내 외교관들의 영향력 부족에 대한 국무부 내 광범위한 좌절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했다.

윤 대표의 사퇴는 또 다른 한국계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의 주한 미 대사 낙마에 이은 것이어서 트럼프 정부에서 ‘지한파’ 혹은 ‘한국통’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받아 들여진다. 특히 윤 대표는 트럼프 정부 내에서 문재인 정부 입장을 누구 보다 잘 이해하고 적극 대변해왔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 대중 관계 개선을 위해 내놓은 ‘3불’ 방침을 두고 ‘중국 경사’ 논란이 벌어졌을 때도 미 정부 관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한국 정부 입장을 설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트위터에 “그는 사려 깊고 경험 많고 지식이 겸비된 완성된 외교관이다”면서 “결정적 시점에서 미 정부에 엄청난 손실이다”고 적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우리는 적절한 조건 아래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밝혔지만 비핵화 의사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북한이 먼저 명확한 비핵화 의사나 조치를 취할 것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를 목표로 한 최대 압박이라는 전략적 틀은 변함없지만 대북 대화를 두고선 “시간 낭비”에서 “조건 없는 대화”까지 수시로 출렁거렸던 트럼프 정부의 메시지가 또 바뀐 것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11일 “북한이 원하면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탐색적 대화’의 문을 열었던 데서 ‘적절한 조건 하에서만 대화’로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대화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잦은 입장 변화는 1차적으로는 대북 강경ㆍ온건파의 대립과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협상가적 기질이 맞물린 것이란 해석이 많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백악관이 갈수록 북핵 문제에서 외교적 해법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짙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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