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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코리아 패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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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코리아 패싱 우려

입력
2018.02.27 16:5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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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평창=김주영 기자 /2018-02-25(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평창=김주영 기자 /2018-02-25(한국일보

북한은 지금까지 북핵 협상에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구사해 왔다.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불거진 1차 북핵 위기 국면에서 남한 정부를 따돌리고 미국과 막후 협상을 벌여 경수로 등을 얻은 게 대표적이다. 그러던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 우리 정부를 통해 북미협상의 돌파구를 찾는 모습에서는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서울을 통하지 않고는 워싱턴에 닿을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인데,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도 이런 ‘통남연미(通南連美)’의 환경을 동력으로 삼고 있다.

▦ 한반도 운전자론은 한반도 안보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안보전략 개념이다. 특히 북핵 해결을 위한 협상에서 북미를 이끌고 가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맞대응 국면에서는 도통 작동하질 않았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 낼 힘도 없다”는 무력감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운전자론을 폄하했고 미국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에 빠졌던 것이다.

▦ 역대 정부에서는 더욱 심했다. 북한과 미국을 설득할 수단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에 운전석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북핵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미국이 주도권을 주장하고 나서면 우리 정부의 설 자리는 없었다. 1차 북핵 위기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우리 정부를 무시한 채 북폭 카드를 뽑아 들었고 북미의 직접 협상 끝에 ‘제네바 합의’로 위기를 봉합했다. 2차 북핵 위기 때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 자금세탁 창구로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지목하면서 북핵 6자회담의 틀을 무력화했다. 직전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사실상 북핵 문제를 방치하면서 누구의 주도권도 인정하지 않았다.

▦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미국이 탐색적 대화에 관심을 보이면서 한반도 운전자론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 미국의 북핵 접근법을 현재에 비춰보면 안심할 수 없다. 미국 조야에는 제한적 타격론인 ‘코피작전’이 여전히 건재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BDA’와 같은 최대의 압박 카드로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를 안전하게 운전하는 길에 코리아 패싱을 특별히 조심해야 할 이유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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