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쌀 비해 23배 비싸… 국민 분노
캄보디아 상원 선거선 與 싹쓸이
훈센 총리 연임 확실시될 듯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AP연합뉴스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에서 한국에선 보기 힘든 정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직 총리가 자신의 음식 기호를 얘기했다가 집권에 실패할 위기에 빠진 반면, 캄보디아에서는 총선에서 집권당이 상원의 모든 의석을 석권했다.

26일 외신에 따르면 비자금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정당이 난립한 구도를 이용해 정권을 유지해온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쌀보다 ‘퀴노아’가 더 좋다”고 했다가 위기에 빠졌다. 말레이시아에서 퀴노아는 3,000만명 국민의 주식인 쌀보다 23배 비싼 고단백 곡물이다.

나집 총리는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 “나는 쌀을 먹지 않는다. 퀴노아를 먹는다”고 말했다. 또 아들이 건강식품으로 퀴노아를 추천한 사실을 소개하며 “당분과 탄수화물이 쌀보다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퀴노아를 먹으면 ‘아내를 두려워하게 된다’, ‘얼굴이 두꺼워 진다’다는 등의 풍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나집 총리는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함께 명품백 수집 등 사치성향으로 원성을 사는 부인 때문에도 비난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8월 이전에 차기 총리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나집 총리와 그 집안의 타고난 사치성향을 드러낸 발언으로 정치적 기반이 더욱 엷어지게 됐다.

94세 고령이지만 지난해 말 야권 총리 후보로 추대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나는 국산 쌀만 먹는다”고 밝히고 나섰다. 바짝 긴장한 총리실은 SNS 계정을 통해 총리 주치의의 조언에 따라 퀴노아를 섭취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점점 많은 국민들이 총리에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국가 중 올해 7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는 파죽지세로 집권연장 꿈에 다가서고 있다. 26일 현지 크메르타임스 등에 따르면 훈센 총리가 이끌고 있는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전달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에서 96%의 득표율로 의석 전석(58석)을 차지했다. 상원의원은 총 62명으로, 이 중 4명은 의회와 국왕이 지명하는 점을 감안하면 모든 의석이 여당이나 친여 성향 의원으로 채워지게 된 셈이다.

여당과 군소정당 등 3개 정당만 참여한 가운데 치러진 선거에서 여당의 압승은 예견됐던 일이다.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은 훈센 총리의 지시로 지난해 11월 강제 해산된 바 있다. CNRP는 외부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꾀했다는 이유로 훈센 총리의 탄압을 받아왔다. 해외 망명생활 중인 삼랭시 전 CNRP 대표는 국제사회가 제1야당의 부재 속에 이뤄진 캄보디아 상원의원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현지 소식통은 “야당 지도자들이 여당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있고, 또 모두 밖에서 목소리 내고 있는 모습에 수권 능력을 의심하는 국민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말 예정인 하원선거에서도 여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선거에서 이긴 다수당이 총리를 배출하는 점을 감안하면 훈센 총리의 재집권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나집 나작 총리와 대결을 선언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퀴노아 총리' 풍자 글. 마하티르 전 총리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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