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인천 남구 청년창업 희망스타트사업

주안 제운사거리 방석집 거리
건물주 설득해 청년창업거리로
작년 벽화사업ㆍ카페 등 2곳 선정
리모델링ㆍ임대보증금ㆍ홍보 지원
5월 2곳 추가 개소… 사업 확대
인문학카페 ‘여름동사무소’ 운영자 김해리(왼쪽)씨와 이지원씨가 21일 인천 남구 주안동 제운사거리 앞 여름동사무소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 이환직 기자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황영재(26)씨는 지난해 1학기 과제로 방송뉴스를 제작하게 됐다. 취재거리를 찾다가 학교 인근에 있는 일명 ‘방석집’ 거리를 떠올렸다.

“학교, 주택가와 가까운 곳에 변종유흥업소가 몰려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조사를 해보니 방석집을 둘러싼 문제는 더 골치가 아팠다.”

관할 구청인 인천 남구와 주민들은 주안동 제운사거리 일대에 밀집한 방석집을 내보내길 원했으나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건물주는 월세 나올 곳이 방석집 밖에 없었다. 방석집도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

해법을 고민하던 황씨는 “방석집 거리를 청년창업특화 거리로 바꿔보자”고 남구에 제안했다. 서울 강동구가 창업을 지원해 방석집 거리를 공방 거리로 바꾼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청년 일자리와 변종유흥업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이 첫발을 디딘 순간이었다.

남구는 건물주를 설득해 방석집을 내보내고 새로 들어올 만 39세 미만 청년 창업가들을 모집했다. 지난해 9월 18일부터 한달간 모두 7개 팀과 개인이 신청했다. 심의를 거쳐 창의성, 지속가능성 등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2개 사업이 최종 선정됐다. 황씨의 인테리어 벽화사업 ‘아름다운 벽화’와 이지원(23) 김해리(23) 유지원(23) 이지현(24) 권중원(24)씨의 인문학카페 ‘여름동사무소’였다.

건물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해 12월 문을 연 두 곳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황씨는 인테리어 업체들로부터 일감을 받아 미술을 전공한 여자친구, 전문작가와 함께 카페 등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그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인공지능 개발자들과 협업을 하고 유명작가나 미대 교수들 그림 작품을 학생 작품과 함께 묶어 팔아 학생들을 돕는 사업도 하고 있다.

황씨는 “젊은 예술가들은 취업이 어렵고 프리랜서로 일해도 연 평균 수입이 600만원 수준인데다 10명 중 3명은 아예 재능기부만 한다”라며 “비즈니스적으로 문제를 풀어보고자 뛰어들었고 예상보다 빠르게 성과가 나고 있다”고 했다.

황영재(왼쪽부터)씨와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이지원, 김해리씨가 지난해 11월 1일 남구청에서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 협약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 남구 제공

인문학카페 여름동사무소는 5명의 운영자들이 돌아가며 주 2, 3회씩 나와 소모임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꾸려 나가고 있다. 커피나 차, 칵테일 등도 판다. 영화비평과 칵테일 만들기, 요가수련 소모임을 운영 중이고 제철 채소로 채식 요리 만들기, 안 쓰는 물건을 나누는 벼룩시장, 주민들과 식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등도 열고 있다.

이지원씨는 “환경보호와 공동체에 관심을 가졌던 초등학교와 고교 친구, 친언니 등이 운영자를 맡고 있다”라며 “지난해 여름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이 모아져 여름동사무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김해리씨는 “아직 찾는 분들이 많지 않아 쉬는 날 아르바이트를 해서 운영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늘어 자연스럽게 흑자로 전환이 되고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소소한 즐거움을 얻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구는 사업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1, 2호점에 이어 3, 4호점을 이달 27일 심사를 거쳐 선정할 예정이다. 1, 2호점처럼 리모델링비와 임대보증금 각각 1,000만원과 월세 50%, 전문가 경영 컨설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홍보 등을 지원한다. 3, 4호점이 5월 초 문을 열면 제운사거리 일대 영업 중인 방석집은 24곳에서 20곳으로 줄어들다.

박우섭 남구청장은 “청년 일자리와 도시재생, 주민안전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고 지역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인테리어 벽화사업 ‘아름다운 벽화’와 협업하고 있는 한 전문작가가 벽화를 그리고 있다. 황영재씨 제공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