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폐회식 고위사절단에 포함
南과 핵ㆍ북미관계 협의 가능성
美와 물밑 접촉 염두 뒀을 수도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할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함께 온 앨리슨 후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만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대미(對美)외교 당국자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미국과의 핵 관련 직ㆍ간접 대화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정부 소식통은 24일 “북측이 22일 통보한 고위급 대표단 지원 인원 명단에 복수의 외무성 인사가 포함됐다”며 “그 중에는 과거 북핵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에 참여했고 핵과 북미관계 협상에 능통한 인물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명단을 보며 어떤 이력을 가진 인물들인지 현재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명목은 폐회식 참석이지만 방남 기간 중 북한 대표단은 남측과 만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의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대표단에 외무성 대미 라인이 포함된 만큼 이때 핵과 북미관계도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핵이 북미 간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 온 북한이 남북 협의가 임무인 대표단에 외교 당국자를 동행시킨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북 제안에 북미대화 등 여건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북한이 고려하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일단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미국에 발신할 핵 문제 관련 메시지를 남측에 대신 전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의 직접 접촉 상황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북한 대표단과 체류 기간이 겹치는 미국 고위급 대표단에는 백악관에서 남북한 문제 실무를 담당하는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수행원으로 포함돼 있다. 후커 보좌관은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당시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케네스 배 등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2명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찾았을 때 수행원으로 따라갔다. 이번 북한 대표단장인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그때 협상 대표였다.

미 고위급 대표단 일원으로 방한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사람들과 접촉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긴 했지만, 개회식 당시 북미 정상 차원의 대화 의지가 확인된 데다 양측 모두 장기화한 대치 국면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갈수록 역력해지는 분위기여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전망도 작지 않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23일 방영한 새 기록영화 '어머니당의 품' 제5부에서 강석주 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생애를 조명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강 전 비서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찍은 사진도 영화를 통해 소개됐다. 연합뉴스
北TV는 과거 대미외교 주역 강석주 조명

한편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23일 오후 방영한 새 기록영화 ‘어머니당의 품’ 제5부에서 2016년 5월 식도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대미외교 ‘사령탑’으로 활약한 강석주 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생애를 10여분간 조명했다. 영화는 그가 북측 협상 대표로 나가 이끌어냈던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북한과 미국이 각각 핵 사찰 허용과 경수로 제공을 약속) 관련 영상을 보여주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과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등 방북했던 주요 미 정부 인사들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간 면담에 그가 배석한 장면도 소개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미가 대치 국면 출구를 모색하는 시점인 만큼 북한이 대외관계에서 외교의 역할을 중시한다는 뜻을 알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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