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밀 유출 검사 2명 영장

변호사 탈세ㆍ횡령 수사 난맥상에
관여 전ㆍ현직 검사들 조사 불가피
한국일보가 입수한 최인호 변호사의 대화 녹취록 일부. 자신과 사이가 틀어진 사업파트너에게 검찰과 국세청 고위공직자 비리 문제를 절대 거론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이 22일 현직 검사 2명에 대해 동시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를 꺼내 들면서 최인호(57ㆍ구속) 변호사를 둘러싸고 강도 높은 금품로비 수사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최 변호사가 그간 여러 혐의에 대한 사법처리를 피한 수사 난맥상이 검찰 내부 조력 때문이란 의혹이 짙어 전ㆍ현직 검찰 간부 다수가 사법 처리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 대형 게이트 비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변호사 관련 각종 비리는 2014년 초 사업파트너였던 A씨를 회삿돈 횡령 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최 변호사는 광고대행 등 사업체에 돈을 대고, A씨는 이를 운영했지만 횡령 여부를 두고 마찰을 빚었다. A씨는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리자 이에 대응해 최 변호사의 금품비리 의혹을 폭로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A씨의 폭로를 막기 위해 검사 인맥을 동원해서 강도 높은 수사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A씨가 수감생활 중 금품비리를 폭로할 가능성에 대비해 최 변호사 측이 추모(36) 검사의 도움을 받아 A씨의 구치소 접견 녹취록과 인터넷 서신기록 등을 불법적으로 입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 검사와 함께 일했다는 검찰 간부는 “인성이나 업무태도가 워낙 좋았던 친구라서 스스로의 결정으로 자료를 유출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가 공군비행장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 배상금(지연이자)을 가로채는 과정에서 검찰이 거액을 탈세한 정황을 두 차례나 포착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던 점도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서울서부지검은 2015년 2월 수감 중인 A씨의 진정으로 최 변호사의 횡령과 탈세 혐의를 수사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만 해도 최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법원에 최 변호사 예금에 추징보전명령 청구까지 하는 등 의욕이 넘쳤다. 그러나 윗선 외압 탓인지 구속영장은 청구되지 않았고, 기소할 때도 탈세 혐의는 통째로 빠졌다.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이 이달 6일 거액 탈세 혐의 등으로 최 변호사를 구속하면서 당시 서울서부지검의 부실수사가 입증된 셈이나 다름없다.

2016년부터 시작된 서울남부지검 수사과정도 갈지자 행보였다. 최 변호사의 탈세와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수사도 초기엔 강도 높게 진행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위로 보고될수록 흐지부지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날 구속된 최모(46) 검사와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된 수사관 박모씨가 당시 서울남부지검에서 최 변호사 수사를 맡았다. 수감된 A씨를 2년 가까이 불러 진행되던 수사는 결국 제자리걸음만 반복했다. 당시 수사팀 내부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최 변호사 수사에 적극적으로 매달렸던 검사가 어느 순간부터 이런저런 핑계로 발을 빼더니 결국 인사발령이 났다”고 전했다.

탈세와 횡령, 정보 유출에 대한 수사 난맥상은 특히 검찰과 국세청 등 고위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최 변호사 금품로비 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6시간 분량의 최 변호사 대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A씨에게 “USB 당장 나한테 줘라. 공무원들 나오면 나 정말 치명적이야. 실행자가 다 적어놨을 거 아니냐. 누구 만나서 얼마 준거 다 나와있어”라고 말했다. 로비 리스트가 담긴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A씨에게서 회수하려는 최 변호사의 시도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시절 고위층 인사 2명이 최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이번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금품수수자 이름과 구체적인 뇌물액수는 물론 금품전달 날짜와 장소, 자금조달 및 돈 세탁 방법, 계좌추적 자료와 사진 등이 포함된 범죄첩보를 입수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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