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 분석

“트럼프, 韓이 우릴 이용한다 생각
상무부 관세 권고안 포함 국가 중
터키 등 美우호적 관계 나라 많아
안보와 무역 이슈 분리해서 봐야”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 앤드류 여 카톨릭대 교수,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필 에스컬랜드 한미경제연구소 사무총장 (왼쪽부터)

미국의 통상압박은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와 어떤 관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 우려에도 불구, “한미 관계에서 통상과 안보는 별개 문제”라는 게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통상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대북 정책 등 안보 사안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통상 문제에 대한 양국간 이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지만, 이 문제가 한미간 안보 협력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데에도 다수 전문가가 의견 일치를 보였다.

월리암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역 이슈를 다른 동기 탓으로 돌리는 것은 대단히 큰 실수다”며 안보 분야와 분리된 무역 자체의 이슈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상무부가 철강제품에 관세 폭탄을 때리는 권고안을 내면서 한국을 포함시킨 건 경제 논리에 따른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또 “미국 철강 산업은 오랫동안 일자리를 잃고 생산량이 감소하는 문제를 안고 있는데, 한국은 큰 외부 공급자 중 하나다”며 “이는 대북 정책과는 상관 없고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류 여 카톨릭대 교수도 “대북 이슈와는 상관 없이 미국 철강 노동자의 이해를 우선시하는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도 이날 한국 특파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오랫동안 지녀온 전제에서 한국과 관련한 통상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데, 무역 관계가 미국에 매우 불공평하고 동맹이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의 무역 마찰에 대해서도, “대북 정책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정부가 국제 무역을 보는 다른 트랙의 사안이다”고 말했다.

필 에스컬랜드 한미경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상무부의 관세 권고안에 포함된 동맹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터키 이집트 태국이 있고 브라질 인도 코스타리카 남아프리카 등은 미국과 우호적 관계의 나라”라고 진단했다. 또 한국이 포함된 것은 다른 이유가 고려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많은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 조치를 받았는데, 자주 미국 무역 규범을 어겼기 때문에 ‘반 무역주의자’에게 한국은 공정한 트레이더가 아닌 것으로 비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스컬랜드 총장은 “미국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를 피하려고 한국을 통해 철강제품을 수출했다는 비난이 거셌다”며 “게다가 한국은 유정용강관(OCTG)의 경우 내수시장은 없이 수출만 하는데, 미국 정치권에선 한국산 OCTG 수입으로 미국 철강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불만도 제기돼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중국 못지않게 한국과의 철강무역에 불만이 많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또 통상 문제에 대한 양국간 이견 조율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안보 협력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덴마크 국장은 “양국 모두 두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며 “통상 문제에서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조심스럽게 이를 협상할 수 있는 공간을 줘야 한다. 하지만 대북 문제에서는 어깨를 맞대야 하고 어떤 빈틈도 허용해선 안 된다. 한미간 틈이 벌어지면 좋아할 곳은 북한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 안보 분야에 이견이 있을지라도 이것이 통상 이슈를 논의하는 도구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쪽에서 통상 문제를 안보 분야와 연결 지어 보려는 데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브라운 교수는 “양국간 통상 분쟁이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다만 한국 정치가 혼란스러워 약간 걱정이다”고 말했다. 에스컬랜드 사무총장도 “트럼프 정부 내에서 일부는 두 문제가 명확히 분리돼 있고 안보 관계에 영향을 주는 일 없이 한국에 통상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하지만 한국 내부의 정치적 역동성을 이해하는 입장을 지닌 일부 인사들은 무역 마찰이 불필요하게 동맹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을 원치 않고 있어 백악관 내에서 지속적인 갈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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