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일자리 정부’ 타격
트럼프 ‘초강력 보호무역’ 조치에
철강업계 근로자 대량 해고 우려
“美 요구 맞춰 한미FTA 개정 땐
제조업 인력 매년 4000개 감소”
#“WTO 제소”만 외치는 정부
WTO판결기구 위원 중 3명 공석
美 반대로 추가선임 어려움 겪어
“다른 대책 없으면 피해 커질수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 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전광판을 내걸며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고 나섰던 문재인 정부가 올해 예상치 못한 미국의 초강력 보호무역 조치로 인해 오히려 수십만개 일자리를 잃게 생겼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한국산 세탁기ㆍ태양광ㆍ철강 분야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에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한국GM 철수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대미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입규제까지 겹치면 올해 한국은 고용률 하락뿐 아니라 경제위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2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삼성ㆍLG전자는 2012년부터 미 상무부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국내 공장을 폐쇄, 해외로 이전했다. 그 결과 2012년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건너간 대형 세탁기 수출액은 2012년 4억8,735만달러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2억200만달러로 반 토막 났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16년 광주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자, 협력사, 외주기업 등이 연쇄 영향받으면서 광주 지역 제조업 일자리가 1만개 감소했다”며 “미국의 지난달 삼성ㆍLG전자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와 한미 FTA개정 등으로 또다시 국내 일자리 1만개 정도가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국내 철강업계 근로자 7만9,225명도 올 4월 발표될 미국의 철강안보 조사에 따른 관세 부과 결정으로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철강업계에선 정규직(4만3,624명)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82.6%(3만5,601명)로 유독 높아, 미국 수출길이 막힌다면 인력 구조조정이 쉬운 비정규직 대량해고가 벌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역시 고율관세 부과 대상인 태양광 패널 업체 등에서 일하는 8,500여명의 고용안정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이 한미 FTA개정협상에서 최우선으로 자동차(부품 포함) 분야 양보를 요구하고 있어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요구에 맞춰 한미 FTA가 개정되면 국내 제조업 분야 일자리는 매년 약 4,000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국GM 철수가 현실화할 경우 직접 고용인력(1만6,000명)과 협력 자동차 부품사 인력(14만명) 등 약 15만6,000개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일각에서는 사라질 일자리가 30만개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던진 ‘통상 폭탄’으로 올해에만 최소 20만개 이상의 국내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며 “미국의 반도체 수입규제 등까지 더해지면 그 폭발력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WTO 제소 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실직 위기에 놓인 사람들이 답답해하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불합리만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선 WTO 제소와 한미 FTA 위반 여부 검토 등 결연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현재 판결을 내리는 상소위원 총 7명 중 3명이 공석인 데다 미국이 추가 선임에 반대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고 미 정부도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하고 있어, 양 정부 모두 대화와 타협보다 원칙만 앞세우며 대립해 국내 근로자들 피해가 더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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