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경제수석 간담회
“국익 관점서 의연히 대처”
WTO 제소까지 거론하며 강공
협상력 확보 뒷받침 측면도
통상마찰로 한미동맹 균열 우려
‘안보와 통상 논리 다르다’ 접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미국의 통상 압박에 맞서 청와대에선 연일 ‘불합리한 보호무역’, ‘결연하고 당당한 대응’, ‘과감한 조치’ 등 강경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수출주도형 국가라는 특성상 국익이 달린 통상 문제에서 마냥 물러설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강공 배경이다. 청와대가 공중전으로 각 부처의 협상력 확보를 뒷받침하는 측면도 있다. 다만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한미동맹 균열 등 안보 갈등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청와대는 20일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달라”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 주문에 맞춰 잇따라 브리핑을 갖고 여론전을 펼쳤다. 세탁기ㆍ태양광 제품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에 이어 철강ㆍ알루미늄 제품 고율 관세 부과 검토까지 나오면서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한 업계 불안이 고조되자 적극 진화에 나선 것이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 파트너와의 통상 문제에 대해 국익 확보란 관점에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며 “그 잣대는 WTO 협정 등 국제통상규범으로, 이에 입각한 대응 조치를 필요 시 과감히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수석은 또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진행 중인데, 정부는 반덤핑ㆍ상계 관세와 세이프가드 등에 대한 무역구제 조치를 중요 의제로 제기해놓고 있다”며 역공도 예고했다. 앞서 19일 청와대 관계자도 한미 FTA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문 대통령의 시각을 ‘오래된 생각’이라고 전하며 향후 협상에서 압박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가 WTO 제소는 물론 한미 FTA 개정까지 거론하며 강공을 펼치는 이유는 일단 여기서 뒷걸음질만 칠 경우 국내 보수여론, 업계의 아우성, 미국의 추가 공세 등 삼각 파도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연일 미국의 통상 조치를 문재인 정부 공세 포인트로 삼으며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강공 배경엔 협상력 제고 차원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무부의 철강 고율 관세 부과 제안을 결정하는 시점이 4월 11일인 만큼 그 전까지는 청와대가 목소리를 높이는 게 각 부처 협상팀에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 때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우리의 입장과 요구를 당당하고 결연하게 말하면서 협상력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한미 통상전쟁이 안보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계속 거론했던 한미 무역 불균형 해소 필요성이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이 하나씩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북미대화가 꼭 필요한 문 대통령 입장에선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달가운 변수는 아니다.

이에 청와대는 ‘안보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다’는 설명으로 버티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안정궤도에 들어선 한미 안보 공조를 바탕에 두고 동맹 간에도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이해충돌 등은 그것대로 따로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안보와 통상을 분리하는) 이 부분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 측 입장도 동일하지 않겠나”라며 “튼튼한 한미 안보동맹 바탕 위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ㆍ통상문제에 관해선 국익 극대화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