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제도가 ‘부모 돈은 내 돈’ 범행 부추겨
“가족이라고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없는 것”
재가한 어머니의 일가족을 살해하고 해외로 도피했다 국내로 송환된 피의자 김모씨가 지난달 경기 용인시 용인동부경찰서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사회에서 부모 상대 범죄는 ‘천륜을 저버린 행위’라 지탄받는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살해ㆍ폭행ㆍ협박 등 존속 대상 범죄는 총 7,582건에 달하며 4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특히 존속살해는 연평균 55건 정도 발생하고 있는데, 전체 살인 사건의 약 5%를 차지한다. 1~3% 수준인 영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족이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가치관이 다른 성인들이 모여 살다 보면 ‘가족 스트레스’가 높아져 갈등과 폭력이 유발될 수 밖에 없다”는 것. 배 교수는 또 “부모가 자식에게 유산을 줘야 한다는 식의 상속제도가 ‘부모 돈은 내 돈’이라는 생각을 낳아 존속살해를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특히 가족 대상 범죄는 재산 문제가 표면적으로 발생한 경우에도 그 안을 살펴 보면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과 스트레스, 열패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속살해가 순수한 금전적 문제로 발생하기보다 사회적 실패로 인해 부모에게 의존하는 과정에서 열등감이 증폭, 차별을 통해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13년 전주 일가족 살인 사건 범인은 아버지가 형에 비해 자신을 차별한 행태에 불만이 컸다고 한다.

분노에 의한 우발적 범행도 여전히 많다. 2000년 ‘이은석 부모살해’ 사건이나 2017년 2월 ‘인천 계양구 부모살해’ 사건이 대표적이다. 증오에서 출발하더라도 철저한 계획범죄로 발전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박주호 전북경찰청 프로파일러는 “전주 사건은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으로 출발했지만 강박적 사고를 가진 범인이 한 달 넘는 준비와 세 차례 시도를 거치며 매우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박 프로파일러는 “’내가 뿌린 씨앗, 내가 모두 거둬가겠다’ 식의 비틀린 가족주의도 지적할 수 있다”고 했다. 가족을 떼낼 수 없는 집단으로 여기다 보니 ‘이 사회에서 버려지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이 깊어지면서 ‘가족 살해 후 자살’을 택한다는 것이다. 박 프로파일러는 “‘다 같이 죽는 게 행복하다’가 아니라 ‘가족이라고 해서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전주=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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