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500m 결승서 실격

2위 골인해 종목 첫 메달 기쁨 잠시
캐나다 선수 진로 방해 판정 받아
여자 쇼트트랙 최민정이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500m 결승에서 실격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 때문에 ‘얼음공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최민정(20ㆍ한국체대)이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최민정은 13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선에서 아리아나 폰타나(28ㆍ이탈리아)에게 간발의 차로 밀리며 2위로 골인했다.

금메달 기대가 높았기에 다소 아쉬웠지만 은메달만 해도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도 값진 은메달을 수확한 최민정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최민정은 3위에서 2위로 올라설 때 왼팔로 킴 부탱(24ㆍ캐나다)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되고 말았다. 폰타나가 그대로 금메달을 확정한 가운데 네덜란드 야라 반 케르코프(28)가 은메달, 킴 부탱이 동메달을 가졌다.

믹스트존에서 참았던 눈물을 결국 쏟아내고 만 최민정. 강릉=윤태석 기자

경기 뒤 최민정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진행된 방송사와 첫 인터뷰에서 울음을 꾹 참고 “최선을 다해 결과에 후회는 없지만 성원해주신 팬들께 죄송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바로 이어진 신문 인터뷰에서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는 “그 동안 힘들게 노력했던 것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 같다”며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봐주셔서 보답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한 뒤 말을 잇지 못했다.

여자 500m는 명실공히 세계 최강인 한국 쇼트트랙이 유일하게 한 번도 정상을 밟지 못한 전인미답의 영역.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전이경(42)이 1998년 나가노, 박승희(26)가 2014년 소치에서 각각 동메달을 획득했을 뿐이다. 남자는 채지훈(44)이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난공불락의 벽으로 여겨지던 500m를 정복하기 위해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우는 등 엄청난 땀을 흘렸던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최민정은 인터뷰 내내 울먹였다. 하지만 마음을 추스른 최민정은 “아직 3종목 남았으니 집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 계속 많은 응원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최민정(왼쪽 세 번째)이 이탈리아 아리아나 폰타나(왼쪽), 캐나다 킴 부탱(왼쪽 두 번째)과 레이스를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실격 사유에 대해 그는 “마지막 결승선 들어갈 때 (폰타나와) 부딪힌 거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최민정이 킴 부탱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것이 정확한 실격 사유다”라고 밝혔다. “판정에 불만은 없느냐”는 질문에 최민정은 “심판이 보는 카메라(각도)에서 실격사유가 있다고 봤을 것”이라며 “내가 더 잘했으면 부딪히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깨끗하게 승복했다.

주 종목인 1,000m와 1,500m, 3,000m 계주를 남겨 놓고 있는 그는 “아직 3종목이나 남았다. 다음 경기에선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강릉=성환희ㆍ윤태석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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