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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경제성장 업고 거세지는 독자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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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경제성장 업고 거세지는 독자 행보

입력
2018.02.13 16: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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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회원국 자율성 중시하는

동구권 포퓰리즘 정당 지지 확대

높은 경제성장… 복지지출 늘리고

서유럽 비판에도 독자 정책 수립

지난달 2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비세그라드’(폴란드ㆍ헝가리ㆍ체코ㆍ슬로바키아) 그룹 정상회의에서 시야르토 피테르(왼쪽부터) 헝가리 외교통상부 장관의 진행으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임시총리, 로베르트 피초 슬로비키아 총리,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왼쪽부터)가 유럽 정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비세그라드’(폴란드ㆍ헝가리ㆍ체코ㆍ슬로바키아) 그룹 정상회의에서 시야르토 피테르(왼쪽부터) 헝가리 외교통상부 장관의 진행으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임시총리, 로베르트 피초 슬로비키아 총리,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왼쪽부터)가 유럽 정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PiS), 헝가리의 ‘피데스’(Fidesz), 체코의 ‘긍정당’(ANO). 이들은 ‘유럽회의주의(Euroskepticism) 포퓰리즘’ 정당으로 분류되는 동유럽 집권당들이다. 유럽연합(EU)의 존재 자체는 찬성하지만, EU가 한 나라처럼 행세할 정도로 회원국 자율성이 줄어드는 것에는 반대한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몇 년 전까지 EU를 이끄는 독일ㆍ프랑스 눈치를 보며 숨죽이던 동구권에서 이들 정당이 큰 지지를 얻고 있다. 대학ㆍ시민단체의 외국인 지원금지(헝가리), 홀로코스트 연관 부정법’(폴란드) 등 서유럽 국가들이 질색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아도 자국 내에서는 지지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 정치 통합까지 염두에 두는 EU 집행위원회와 EU 중심국 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홀로코스트 연관 부정법’과 관련, 독일과 프랑스 등이 수 차례 경고했지만 폴란드가 입법을 강행하면서 EU 내부에서는 서유럽과 동유럽의 진영 대결 구도마저 형성될 조짐이다.

동유럽 EU회원국의 독자행보는 서구를 뛰어넘는 높은 경제성장 때문이다. 루마니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6.4%나 증가했다. 헌법재판소에 이어 대법원마저 의회가 통제하려다가 EU로부터 경고를 받은 폴란드도 성장률이 4.6%에 달한다. 독재자 취급을 받는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성장률도 3.9%를 기록했다. EU가 전체 회원국 중 올해 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국가는 12개국인데, 이 중 9개가 동유럽 국가다. 폴란드의 콘라트 시만스키 유럽외교부차관도 “폴란드의 위상이 커진 것은 경제적 성공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주장했다.

동구권 포퓰리즘 정당은 경제성장을 늘어난 재정을 복지지출에 투자, 지지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은 새로운 가족ㆍ복지지원금을 내놨고 은퇴연령도 높였다. 헝가리의 오르반 정부는 연금 수급자들에게 현금 바우처를 선물했고 새 아동복지제도와 주택마련 보조금 등을 도입했다. 루마니아는 지난해 공공영역 종사자 임금을 크게 올렸다.

서유럽 국가와 언론이 민주주의, 인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도 파괴력이 예전 같지 않다. 동유럽 국가 국민 대부분은 “과거보다 살기 좋아졌는데 어떤 정책을 펴든 상관이 없다”는 반응이다. 폴란드의 자유주의 지식인 공동체 ‘정치비평’의 슬라보미르 시에라코브스키 대표는 “삼권분립과 견제ㆍ균형을 중시하는 서구 자유민주주의는 동유럽에선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건 동유럽 회원국이 힘을 키운 건 서유럽의 경제적 지원 때문이라는 점이다. 2004년 동구 국가들이 대거 EU에 가입한 이래 서에서 동으로 흘러간 막대한 지원금이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 동구 지역 주요 인프라 사업은 서유럽이 조성한 ‘EU결속기금’의 절대적 지원을 받고 있는 점은 대표 사례다. 폴란드는 공공투자의 50%, 루마니아는 60% 이상이 EU 지원금이다.

이처럼 강화된 힘을 바탕으로 동구권은 EU 내에서 새로운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동유럽권은) EU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라며 “2030년에는 비세그라드 4국(폴란드ㆍ헝가리ㆍ체코ㆍ슬로바키아)이 독일과 함께 EU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현안에서 서유럽에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며, EU의 정치적 통합에 반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동유럽 국가가 큰소리 치는 또 다른 요인은 중국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야심을 품은 중국이 동유럽 16개국과의 정상회담인 ‘16+1’ 회담을 통해 적극 투자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오르반 총리도 “서유럽은 투자하지 않는다면, 우린 중국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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