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개선 기간 핵ㆍ미사일 실험 안 할 것”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통해 밝혀
대북제재 국제공조 이완 위한 로드맵
한미훈련 재개 땐 美에 책임 전가 속셈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접견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이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잠정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이 대북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전향적 자세를 취한 것이다. 방북 여건을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명분을 주고 ‘핵 있는 평화’ 주장의 토대도 마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12일 ‘민족사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대통령 방북 초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 북측이 핵시험이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미국이 시대착오적인 적대시정책을 버리고 스스로 대화를 요구하도록 하기 위해 조선이 강력한 핵전쟁 억제력에 의해 담보된 평화 공세를 펼치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시점”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이를 두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을 선언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미 적대시정책 철회 및 전략자산 전개 중지 등을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 조건으로 내세워온 북한이 조건 없이 기간까지 명시하면서 중단 용의를 밝힌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며 “조선신보는 북한 입장을 대변하긴 하지만 제3자적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장 공식화에 앞서 선제적으로 운을 떼기에 적합한 매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게 핵ㆍ미사일 실험 유예는 대화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 북미 회담 직전인 1999년 9월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시험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북미 화해 분위기는 2000년 6월 1차 남북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졌다. 다만 이번에는 순서가 거꾸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완강한 미국 태도로 미뤄 북핵 문제의 진전 없이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북한의 모라토리엄은 남북, 나아가 북미 대화 입구를 여는 열쇠 중 하나”라고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를 이완하기 위한 장기 로드맵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있다. 1년 이상 남북관계 개선에 집중하면서 핵이 있어도 평화 공존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면 견고한 대북 압박 체제에도 균열이 생기고 나아가 미국 역시 더 이상 대화를 거부할 명분을 갖지 못하리라는 게 북한 계산이라는 얘기다.

한미 연합훈련 재개에 대비해 미국에 책임을 전가할 핑계를 만들려는 심산일 수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사실상 동결 선언을 한 걸로 볼 수 있다”며 “자신들은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걸 좀더 구체적으로 알림으로써 공을 다시 미국에 넘긴 셈”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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