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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주도권 잡기… 북한 치밀한 ‘3ㆍ3ㆍ3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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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주도권 잡기… 북한 치밀한 ‘3ㆍ3ㆍ3 전략’

입력
2018.02.08 15: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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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ㆍ김영남ㆍ김여정順 판 키우고

육ㆍ해ㆍ공 대북제재 경로 차례로 뚫고

야간ㆍ기습ㆍ일방 통보로 메시지 선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6일 평양에서 손을 흔들며 한국으로 향하는 예술단을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6일 평양에서 손을 흔들며 한국으로 향하는 예술단을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화공세를 펼치는 북한은 이른바 ‘3ㆍ3ㆍ3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송월→김영남→김여정’ 순으로 파견 인사의 격(格)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육ㆍ해ㆍ공 경로를 차례로 뚫고, 야간ㆍ기습ㆍ일방 통보로 주도권을 쥐려 하는 식이다.

북측은 지난달 21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남측에 사전점검단 대표로 먼저 내려 보내 신드롬을 일으킨 데 이어 4일 대외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통보했다. 이들의 행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고위급 대표단 단원으로 보내겠다고 7일 정부에 통보하며 절정에 달했다. 숨 쉴 틈 없이 이어진 공세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평창을 선점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동시에 북측은 남측으로 통하는 육로ㆍ해로ㆍ항로를 차례로 뚫어 대북제재망에 구멍을 냈다. 특히 만경봉 92호가 묵호항에 입항하며 북한 선박의 한국 출입을 제한하는 5ㆍ24 조치에 예외가 생겼고, 스키 대표단 방북 후 귀환 시 북측 선수단이 남측 전세기를 함께 이용해 ‘북한에 착륙했던 항공기는 180일 간 미국 입국을 거절’하는 미국 행정명령 13810호도 돌파했다. 앞서 현송월 단장 파견을 통해 경의선 육로도 다시 열렸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할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배우한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할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배우한 기자

북측의 결정 통보 전략도 눈에 띈다. 북측은 주로 야간에 기습적,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계획을 통지해 왔다. 만경봉 92호 입항 사실을 하루 전인 5일 밤이 돼서야 정부에 통보하는가 하면 금강산 남북공연 취소를 알린 것도 지난달 29일 밤이었다. 통일부가 언론에 이 사실들을 알린 시간은 오후 11시~11시 40분. 한국의 일과 시간이 끝난 뒤 보내는 북측 통지문은 협상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도와 동시에 미국 워싱턴 오전 업무 개시 시간에 맞춘 대미 메시지도 겸한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북측이 평창올림픽에서 선보이는 전략들은 치밀하게 준비됐다는 평가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8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메시지를 주도하려 했지만, 북한이 김여정을 보내면서 주도권을 되가져간 셈”이라고 해석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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