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안전 목소리 크게 울리고 있지만
실은 교통사고 사망이 화재의 약 20배
만연한 안전불감증 개선 노력 절실해

한 달 사이 수십 명이 숨지는 대형 화재가 잇따랐다. 여럿이 이용하는, 그것도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운동하는 스포츠센터와 목숨 살리려고 지은 병원에서 난 사건이라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 사고 이후 마치 처음 알기라도 했다는 듯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 사회의 안전 의식과 예방 체계가 이 정도였냐고 혀를 끌끌 찬다. 소방 관련법 개정안을 방치했다고 성토당한 뒤 허겁지겁 통과시키는 국회의 모습은 안전에 무감각한 우리의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제천과 밀양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이 죽음에는 상당한 착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안전사고는 화재만이 아니고,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화재가 한국인의 사망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통계청 최신 사망통계 자료를 찾아봤다. 오랫동안 한국인 최대 사망원인은 알려진 대로 암과 순환기 계통 질환이다. 2016년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이런 병으로 숨졌다.

질환 이외 원인으로 숨진 사람은 모두 2만8,218명이었다. 전체 사망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다. 이 중 절반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는 자살이다. 죽음은 나이 들거나 병 걸려 맞는 게 순리인데도 이 나라에서는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슬픔이나 부끄럼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냥 정신이 아득할 따름이다.

사망원인 통계에서 화재로 인한 죽음에 해당하는 것은 ‘연기, 불 및 불꽃에 노출’ 항목이다. 2016년 한해 283명이 이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그해 자살과 타살을 제외한, 이른바 안전사고로 숨진 사람이 모두 1만4,690명이었으니 화재 사망은 그 중 약 2%에 불과하다. 그럼 도대체 안전사고 사망원인 1위는 무얼까. 전체의 35%(5,150명)를 차지하는 ‘운수사고’, 바로 교통사고다. OECD 각국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인구 10만명당 10명으로 OECD 평균의 2배에 가까운 한국보다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은 나라는 35개 회원국 중 멕시코 칠레 미국 라트비아 터키뿐이다.

교통사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속도로 졸음운전이나 화물차 정비 불량 등 언론에 보도되는 대형사고지만 이 역시 착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6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273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6%에 불과했다. 거의 대부분의 사망이 지자체가 관리하는 도로와 일반국도에서 발생한다. 화재는 겨울과 봄에 빈발하는 특성이라도 있지만 교통사고는 계절과 무관하게 연중 일어난다.

우리가 늘 다니는 길에서, 바쁜데 이 정도쯤이야 하는 사소한 안전 소홀 때문에, 끝도 없이 발생하는 교통사고로 매일 10여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드물게 나는 대형사고를 제외하면 이런 죽음은 분산되어 있어 누구도 그다지 주목하지 않을 뿐이다. 그 결과 해마다 줄고 있다고 하지만 교통사고는 10세 미만 어린이들에게는 암 다음으로, 10ㆍ20대에서는 자살 다음으로 주요한 사망원인이다.

최근 화재 이후 막아 놓은 비상구, 작동 않거나 아예 설치되지 않은 스프링클러, 금세 타오르고 유독 연기까지 내뿜는 내외장재, 불법 증축 등 안전불감증이 반복해서 지적되고 있다. 교통사고의 경우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의 법규 위반 내용 중 70%가 ‘안전운전 불이행’이다. 그 외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과속’ 등도 모두 안전불감증이 촉발하는 사고다. 숨진 사람 중 보행자가 40%로 가장 많은 것이나 이 중 4분의 1이 무단횡단 사고라는 것은 안전불감증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안전 문제에 관해 S(Safetyㆍ안전)=R(Regulationㆍ규제)C²(Common Senseㆍ상식)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다면, 지금 한국 사회 형편을 보건대 사고 감소가 단시간에 어렵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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