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카톡방담-돌아온 ‘양비’ 한국 체류기
2월 북콘서트, 설 연휴 지나면
다시 권력과 거리 둔다지만
지방선거 후 2차 내각, 청와대 개편 등
복귀 시점에 다양한 시나리오도
‘최순실 트라우마’ 한국당
“비선실세 전면에 나서나” 촉각
양정철(오른쪽)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린 북콘서트에 참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양비’,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지난해 5월 문 대통령 당선 후 홀연히 해외로 떠났던 그가 연초 언론에 귀국 일정까지 공개하며 돌아왔다. “끈 떨어진 놈”이라며 정치권 복귀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그의 거취는 여권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 2기 역할론 때문이다. ‘양비’의 한국 체류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카톡방을 열었다.

달빛 사냥꾼(달빛)=양 전 비서관이 지난달 17일 귀국했습니다. 한국에 처음 온 것도 아닌데 정치권 안팎에서 연일 화제였죠.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책 출간에 맞춘 귀국 일정은 이미 알려져 있었죠. 설 연휴를 가족과 함께 지내려다 보니 국내 체류 일정이 한 달 이상 될 거 같아요. 지난해 5월 뉴질랜드로 떠난 이후 가장 오래 한국에 머물 것 같네요. 자연스럽게 정치권에서 ‘친문 인사들은 물론 선거 때 문 대통령과 양 전 비서관을 도왔던 사람들도 움직이지 않을까’, ‘특히 6월 지방선거랑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시선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가을야구(가야)=귀국 일성부터 눈길을 끌었습니다. 새벽에 인천공항에 몰려든 취재진 앞에서 끈 떨어졌느니 하면서도 결정적으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들어올 때마다 보는 사이라고 강조했으니까요. “역시 양정철”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느 일개 자연인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마음먹은 대로 볼 수 있을까요.

평생 낮술(낮술)=양 전 비서관은 일반 대중보단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을 더 받는 인물이죠. 친노ㆍ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그가 새 정부에서도 요직을 차지할 경우 친문 패권주의, 코드인사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커 스스로 ‘퇴장’을 선언하고 해외로 떠난 게 화제였죠.

달빛=이번에 ‘세상을 바꾸는 언어’를 내며 북콘서트 등 공개 일정을 잡은 게 과거 일시 귀국했을 때와의 차이죠.

가야=좀 요란했죠. 책을 발간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굳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북콘서트를 해야 했을까요.

낮술=책을 낸 출판사 대표가 기자 출신인데, 화제가 되도록 설계(?)를 잘 했다는 평가도 있어요.

사이다=1월 말 기준 벌써 1만4,000권 정도 팔렸다니 흥행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죠.

달빛=지난달 30일 북콘서트 현장에 임종석 실장이 깜짝 참석하며 화제가 됐는데요.

낮술=청와대엔 양 전 비서관과 친분 있는 참모들이 적지 않죠. 하지만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우려해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칫 ‘친문 회동’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임 실장 등은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일종의 ‘특사’ 격으로 찾은 것으로 읽힙니다. 실제 임 실장은 북콘서트장에서 “아마 청와대 직원들은 제가 여기 온 거 모를 거다. 가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두고 저만 왔다”고 말했죠.

달빛=두 사람의 불화설 등 각종 소문도 해명했죠.

사이다=세간에 불거진 갈등설은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대선 때부터 두 사람은 이미 각별한 관계였어요. 임 실장을 문재인 대선후보 비서실장으로 이끈 것도 양 전 비서관이고 자신은 비서실 부실장으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임 실장의 역할이 부각된 덕분에 양 전 비서관이 ‘막후 실세’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죠. 두 사람은 양 전 비서관이 개인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왔을 때마다 만나서 통음하는 사이죠. 다만 현재 구도상 2인자는 임 실장인데 대선 때 양 전 비서관을 도운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가 현직에 있어야 운신의 폭이 넓어질 테니 복귀를 바라면서 갈등설을 퍼뜨리는 게 아닌가 싶네요.

달빛=그날 양 전 비서관 발언 중 눈에 띄는 건 뭐였나요.

사이다=저는 김미화씨가 ‘당신의 직업은 뭐냐’고 물으니 “남은 4년은 방랑자. (문 대통령) 퇴임 후에는 제가 또 전직 대통령의 비서관을 찜 해뒀다”는 말요. 노 전 대통령 때도 그렇고 문 대통령도 임기를 마친 이후엔 자신이 곁에서 도와드리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거든요.

달빛=문 대통령과는 일체 연락이 없었다고 하죠.

사이다=사실상 임 실장도 왔고 한병도 정무수석도 왔다 갔으니 문 대통령과는 이심전심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난해 허리디스크 때문에 잠시 귀국했을 때에도 김정숙 여사가 간접적으로 그에게 수술하지 말라면서 좋은 병원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고 할 정도이니까요.

낮술=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 곁을 지킨 동지가 양 전 비서관입니다. 그토록 각별한 사이인데 곁에 두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이 크지 않을까요. 대선 직후 그가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을 때 문 대통령은 눈물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죠.

달빛=양 전 비서관의 행보는 여권의 6ㆍ13 지방선거 준비와도 맞물려 관심입니다. 오는 6일 2차 북콘서트 때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이른바 문재인의 남자 ‘3철’이 모두 모이기로 해 화제죠.

여당 탐구생활=양 전 비서관은 지방선거 경선판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북콘서트에 지방선거와 관련 있는 핵심인사들이 줄을 잇고 있는 걸 보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6일 북콘서트는 3철이 대선 이후 공식 석상에서 함께 하는 첫 행사이니만큼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죠. 지방선거와 양 전 비서관의 귀국을 계기로 3철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지방선거 국면에서 출마자들을 물밑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달빛=야당 입장은 어떤가요.

여의도구공탄=자유한국당은 사실 양 전 비서관이 뭘 하든 거기까지 관심을 기울일 정도의 상황이 아닙니다. 다만 전해철 의원이 경기지사에 나가고 양 비서관까지 공개 북콘서트를 갖는 걸 보면서 ‘결국 비선실세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얘기 정도는 나옵니다. 한국당은 비선실세라고 하면 최순실 트라우마가 있어서 더욱 부정적이죠.

달빛=양 전 비서관은 “2월 의무방어전만 끝나면 다시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며 권력과 거리를 두겠다”고 했지만 지방선거 후 2차 내각ㆍ청와대 개편 때 복귀할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사이다=일단 두 곳의 외국 대학에서 제안을 받았고 1년간 적을 두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라도 귀국해서 청와대 개편을 주도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겠죠. 그러나 여당이 6월 지방선거에서 대패해 구원투수가 필요하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는 한 서둘러 복귀할 것 같지는 않네요.

낮술=여권에서는 까다로운 이슈가 터지거나 지지율이 흔들릴 때마다 “양비가 있어야 하는데”라는 말이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만큼 신중한 입장이지만, 당에서는 다양한 복귀 시나리오도 거론됩니다. 청와대와 당의 가교 역할을 위해 8월 당대표 선거 이후 양 전 비서관을 당에 복귀시키자는 말도 있습니다.

가야=문 대통령 임기가 아직 4년 넘게 남았습니다. 양 전 비서관은 무조건 복귀해 어떤 식으로든 중책을 맡을 겁니다. 앞으로도 돌발변수가 무성할 텐데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브레인이 야인으로만 머물 리는 없죠. 그 시점이 궁금합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권력의 주변을 떠나면서 국민들에게 비교적 호의적으로 인식돼 있으니 그렇게 일찍 복귀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요. 좀더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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