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국방협력회의 문건 입수

탄도로켓ㆍ탄약 등 성능 개량 포함
2010년 39개 항목 군사지원 요구
육군 “기술이전은 불가” 반대에도
국방부가 “긍정적 검토” 지침 내려
UAE와 5개분야 후속 MOU 체결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모하메드 왕세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가 2009년 원전 수주 반대급부로 우리 측과 맺은 군사협정의 이행을 압박하기 위해 UAE군을 전면 개조하는 수준의 방대한 청구서를 들이민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방문 논란 당시 부각된 한-UAE 간 비공개 군사협정에 어떤 독소조항이 담겨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육군의 부정적 입장 표명에도 불구, 국방부가 UAE의 모든 요구사항을 수용하도록 밀어붙이면서 이후 우리 측이 UAE에 발목 잡히는 상황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본보가 1일 입수한 2010년 7월 육군의 ‘한-UAE 국방협력회의 참석 결과’ 내부보고 문건에 따르면, UAE는 ▦교육훈련 ▦보병무기ㆍ장비 ▦전투장갑차 ▦기갑ㆍ포병 ▦야전공병 ▦육군항공 등 총 6개 분야, 39개 항목을 군사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우리 측에 요구했다. UAE 군대의 교육훈련이라는 아크부대 파병 명분을 훨씬 넘어서는 포괄적 요구다. 당시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회의는 원전 수주를 계기로 양국이 체결한 군사협정에 따라 진행된 국방부 차원의 협력사항을 점검하고, UAE의 구체적인 요구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한 첫 번째 자리였다.

UAE 측 요구사항은 지상군이 담당하는 임무영역을 총망라하고 있다. 탄도로켓, 전투장갑차, 레이더, 탄약 등 주요 무기와 장비의 성능 개량을 포함해 포병의 정확도 향상을 위한 사격훈련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지뢰제거에도 우리 측이 참여하는 등 사실상 한국군과 UAE군이 군사동맹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협력하는 내용이 담겼다. 심지어 UAE는 보병의 신체와 정신력을 단련하는 것은 물론, 사막지대의 지하수 개발과 저장능력을 높이는 건설작업도 우리 군이 맡아달라고 요구했다. 군 관계자는 “혈맹인 미국조차 과거 우리에게 이만큼이나 도움을 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육군은 “교육훈련 요구는 수용하겠지만 장비의 성능개량이나 기술이전은 불가능하다”고 반대했다. 이에 국방부 국방협력 태스크포스(TF)는 “UAE의 요구사항을 각군이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침을 내렸고, 무기ㆍ장비와 관련된 양국 간 협의 채널을 방사청이 맡게 했다. 이 같은 국방부 지침은 2013년 상호군수지원협정(MLSA)에 이르기까지 한-UAE가 2010년부터 체결한 5개의 분야별 후속 군사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난다. 다만 육군은 양국 참모총장 간 교류를 확대하고, 각 병과학교와 부사관학교에 UAE군 간부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교육훈련으로 지원 사업이 한정됐다.

육군의 내부문건에는 자칫 논란이 될 수도 있는 2010년 당시 UAE군의 실상에 대한 평가도 담겨있다. UAE가 연 100억 달러(약 10조원)의 방위비를 지출하는 부국이지만 장교와 부사관들의 교육훈련이 미흡하고, 장비 운용 소프트웨어가 발전하지 않아 작전운용 능력이 저조해 한국과의 협력 의지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2, 3년간 진행된 UAE군 내부의 외국인 비율 감축정책으로 자국민 비율이 30%에서 70%로 증가했지만 적기에 군사적 교육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원전 수주 대가이긴 하지만, 낙후된 UAE군을 현대화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우리 군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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