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곳곳 추모 플래카드

합동분향소에도 추모행렬

맞춤형 서비스 ‘눈길’

희생자 및 유가족돕기 성금도 진행

밀양시 교동네거리에 밀양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세종병원 화재 참사 나흘째인 29일 오전 언론사 카메라에 받혀 눈이 시퍼렇게 멍든 박일호 밀양시장이 경남 밀양 세종병원 인근에 마련된 농협 임시 기자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밀양이 큰 슬픔에 젖어있습니다. 이 작은 도시가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주세요.”

29일, 박일호 밀양시장이 임시로 마련된 가곡동 밀양농협 2층 브리핑룸을 찾아 머리를 숙였다. 촬영카메라에 맞아 시퍼렇게 멍든 눈으로 브리핑룸을 찾은 박시장의 얼굴에는 여러 감정이 섞여있었다. 모든 유족을 찾아 위로를 건네겠다는 박시장은 “시민들이 모두 슬기롭게 대처해주고 있다”며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차분히 아픔을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은 2004년 밀양여중생집단성폭행사건, 2008~2014년 밀양송전탑사건 등으로 대외적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크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은 물론 대다수 시민들이 혹시 이번 화재참사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까 하는 우려 속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고 있다.

서로를 위로하며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따뜻한 밀양의 모습을 도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내 거리는 온통 검게 물들었다. 인구 11만의 작은 도시인만큼 떠나 보낸 이들은 한 집 걸러 모두가 아는 이웃사촌들이기에 모두 내일처럼 나서 슬픔을 위로하고 있다. 관공서는 물론 식당 은행 동호회 협의회 등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추모 열기를 더하고 있다. 27일부터 밀양문화체육회관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는 3일만에 7,200여명의 추모객이 다녀갔다.

자신의 식당 앞에 추모 현수막을 내건 박민자(53ㆍ밀양시 삼문동)씨는 “식당 손님들도 사고를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내쉬는 손님들 밖에 없어 마음이 아프다”며 “하루 빨리 밀양이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정의 손길도 줄을 잇고 있다. 사고 이후 5일 동안 경남도 자원봉사센터, 구세군대한본영, 밀양시적십자봉사회 등 26개 단체 903명이 추운 날씨를 마다 않고 화재현장과 합동분향소 등에서 음료와 라면, 식사를 제공하며 유가족들과 사고수습 관계자들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세종병원 바로 옆 밀양농협가곡지점도 건물 2층 대회의실을 임시 브리핑룸으로 제공하고 소방관 경찰관 등이 쉴 수 있도록 휴게실과 함께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박기철 밀양농협조합장은 “바로 옆 건물에서 큰 화재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빠른 수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을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은행사랑나눔재단 및 적십자 봉사자들이 밀양 세종병원 화재현장에 세종병원 구호소를 설치하고 유가족들과 사고 수습관계자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경남도는 28일부터 경남도청 본관 4층 대회의실에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이 분향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경남도와 밀양시의 사고수습 및 피해자 지원대책도 빛났다.

시는 사고당일부터 13개 협업 실무반으로 구성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 원활한 현장대응을 돕고 있다. 유가족들에 대한 1대1맞춤형 행정서비스, 피해자 법률자문위원ㆍ유족지원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재해의료지원팀 상황실을 24시간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례적으로 경남도청에서도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29일까지 800여명이 조문객이 다녀 가는 등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도는 사고 다음날부터 5일간 범도민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도내 전 공무원들이 근조 리본을 달고 각종 행사를 간소화하는 한편 행사 시 애도의 묵념을 하고 있다.

또 진료비와 장례비 등 소요경비에 대한 우선 지원과 함께 지난 29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희생자 및 유가족 돕기 도민 특별성금 모금과 경남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금모금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에 특별조정교부금을 지원하는 등 간접적인 재정지원방안도 검토 중이다.

매일 희생자 빈소와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는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은 “도정의 책임자로서 미안함을 전하며, 더 안전한 경남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도민들이 한마음으로 밀양의 슬픔을 함께 보듬어 주시라”고 당부했다.

한 대행은 사고 이후 매일 밀양을 찾아 유가족들을 일일이 찾아 조문하고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위로하고 있다.

이 같은 추모열기 속에 희생자들의 장례도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참사 5일째인 30일까지 35명이 장례를 마쳤으며 나머지 희생자(4명)도 31일 발인 예정이어서 사고 6일만에 희생자에 대한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 된다. 시는 당초 31일까지 운영키로 했던 희생자 애도 추모기간을 내달 3일까지 연장하고 3일 합동분향소에서 합동 위령제를 지내기로 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늦은 밤에도 밀양시청의 거의 모든 실에 불이 켜져 있다. 시 공무원들은 빠른 밀양화재 수습을 위해 밤샘근무를 자처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