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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감옥 나갈 자격 없다”… 성폭력 미국 체조팀 주치의 175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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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감옥 나갈 자격 없다”… 성폭력 미국 체조팀 주치의 175년형

입력
2018.01.25 17: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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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체조 대표팀 주치의 30년 간 156명 선수들 성추행

침묵하던 어린 선수들 “상황 역전됐다” 법정 증언 봇물

여성 판사 “당신한테는 내 개도 안 보낸다” 사이다 발언

24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랜싱 법원에서 로즈마리 아킬리나 판사가 미국 체조선수들을 장기간 상습적으로 성폭행·성추행한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를 쳐다 보고 있다. 미시간주=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랜싱 법원에서 로즈마리 아킬리나 판사가 미국 체조선수들을 장기간 상습적으로 성폭행·성추행한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를 쳐다 보고 있다. 미시간주=AP•연합뉴스

“나는 지금 당신의 사형 집행 영장에 서명했다. 당신은 살아 있는 동안 감옥에서 걸어나갈 자격 조차 없다.”

지난 30년 간 미국 체조 대표팀 주치의로 근무하며 최소 156명 체조선수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된 래리 나사르(54)에게 미시간 주 법원의 로즈마리 아킬리나 판사는 최장 175년 징역형을 선고하며 이렇게 일갈했다. 교도소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만큼 사실상의 사형집행이라는 것이다.

나사르의 만행을 직접 증언하기 위해 법정을 찾은 피해 선수 100여명은 서로 부둥켜 안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나사르는 이미 아동포르노 소지 혐의로 연방법원에서 60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2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나사르는 법정 최후 진술에서도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성범죄가 아니라 치료 행위의 일부였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하는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재판부에 보낸 편지에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며 피해 여성들이 자신을 유죄로 몰아가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에 아킬리나 판사는 편지를 읽다 말고 바닥에 내던지며 “이 편지는 당신이 여전히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에 불과하다”며 “나는 당신에게 내 개조차 보내지 않을 것이다”고 쏘아 붙였다. 아킬리나 판사는 법정에 나온 피해 여성들에게 모두 말할 기회를 줬고, 일일이 경청했다. CNN은 “판사이자 치료사로서 모두에게 위로를 건넸다”고 평가했다.

미국 체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나사르 성범죄 사건은 올림픽에서 6개의 메달을 딴 미국 체조 스타 앨리 레이즈먼(23)이 지난 해 말 CBS 방송을 통해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뛰어난 재활치료 능력 때문에 한때 미국 체조계에서는 ‘신’으로 추앙 받았던 나사르의 권위에 억눌려 침묵했던 수백 명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를 위해 참아 왔지만, 이제 우리는 힘을 가졌다. 상황은 역전됐다”고 고발 행렬에 속속 동참했다. 런던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인 매카일라 마로니도 등도 합류해 힘을 실었다. 미 언론들은 “법의 심판이 내려졌지만, 스캔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AP)”며 이번 성범죄 사건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피해 선수들은 나사르가 재직했던 미시간 주립대학교에 1990년대부터 꾸준히 문제제기를 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대학 당국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루애나 사이먼 미시간 주립대 총장은 이날 판결 직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피해 선수들은 이미 나사르와 미시간 대, 미 체조 협회 등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도 들어간 상태다. 미 올림픽 위원회는 뒤늦게나마 숱한 제보가 묵살된 이유에 대해서 전면적인 진상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24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랜싱 법원에서 로즈마리 아킬리나 판사가 미국 체조선수들을 장기간 상습적으로 성폭행·성추행한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 징역 40~175년을 선고하자 피해자들과 그 지지자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다. 미시간주=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랜싱 법원에서 로즈마리 아킬리나 판사가 미국 체조선수들을 장기간 상습적으로 성폭행·성추행한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 징역 40~175년을 선고하자 피해자들과 그 지지자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다. 미시간주=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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