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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하는 세상, 천국 아닌 지옥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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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하는 세상, 천국 아닌 지옥일 수도”

입력
2018.01.25 12:0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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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땐 인간은 아바타化… 인간ㆍ기술ㆍ사회 관계 재정립해야”

이종관 성균관대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 배움홀에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콘서트에서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미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이종관 성균관대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 배움홀에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콘서트에서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미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인공지능(AI)의 덕분에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는 과연 행복해질까요?”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가 물었다. 24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 배움홀에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콘서트에서다. ‘정보통신기술(IT)을 연구하는 철학자’인 이 교수의 저서 ‘포스트 휴먼이 온다’(사월의책)는 제58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학술 부문을 수상했다. 책은 AI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에 무턱대고 흥분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를 찬찬히 고민하지 않으면 AI의 아바타가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알파고 지시를 받아 바둑돌을 놓은, 이제 아무도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자 황 박사처럼 말이다.

이 교수는 “일 없는 사회가 해방 사회를 약속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AI가 인간을 해방시켜 낙원으로 보내 줄까요? 거꾸로 일에서 추방돼 지옥으로 갈 수 있어요. 인간의 일(Work)은 기계의 기능(Function)과도, 먹이를 구하는 짐승의 생물학적 행동과도 달라요. 인간은 일해야 행복합니다. 일은 인간 삶이 의미와 가치를 지니기 위한 필수조건이에요. 인간은 자기 인생의 의미가 불분명해지면 물질적으로 아무리 풍요로워도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일은 AI가 하고 인간은 AI가 창출한 부(富)를 공평하게 나눠 갖고 여가만 즐기며 사는 세계’는 과학기술 낙관주의자들이 그리는 유토피아다. 이 교수는 “세상이 그런 식으로는 잘 굴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일 없는 사회의 문제 중 하나로 중독을 꼽았다. “중독은 인간만 걸리는 시간적 질병입니다. 중독자들을 인터뷰하면 명확해져요. 중독자들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 지겨움을 가장 큰 고통으로 꼽아요. 일이 없기 때문에 미래라는 시간과 관계할 능력을 잃고 어딘가에 빠지는 거죠. AI는 일에서 인간을 추방하는 존재가 아니라 일과 인간의 조율자가 돼야 합니다.”

이종관 성균관대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 배움홀에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콘서트에서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미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이종관 성균관대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 배움홀에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콘서트에서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미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 만능주의도 꼬집었다. “지금 논의되는 4차 산업혁명 비전은 인간을 소비만 하는 존재, 서로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로 정의합니다. 인공지능이 혁명을 지휘하고 인간은 아바타가 되는 거죠. 그걸 우리가 혁명이라 불러야 할까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처음 쓴 건 독일입니다. 독일에선 ‘우리는 혁명을 감당하지 못한다. 미래 과학기술 발전은 혁명(Revolution)이 아닌, 철학적 성찰을 동반한 진화(Evolution)가 돼야 한다’고 해요. 기술이 선용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 역할은 결국 정치에 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광풍을 철학자는 어떻게 해석할까. “가상화폐 기술 자체가 옳다 그르다 따질 게 아닙니다. 우리 경제가 투기적 구조인 탓에 극심한 투기가 벌어졌다는 사실부터 되돌아 봐야 해요. 비트코인은 자본주의를 작동시키는 은행과 화폐 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테러입니다. 그 광풍은 2008년 세계경제위기에 이어 두 번째 쓰나미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어요. 정신 차리고 인간과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인간이 인간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겠죠. AI가 등장하고서야 인간의 존재를 자문하는 상황, 어리석지 않나요?”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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