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인터뷰

증권사서 첫 단기금융업 인가
“발행어음 경쟁시장 본격 궤도
상반기 인니 증권사 영업 개시”
주총서 연임땐 12년 최장 CEO
유상호 한국투지증권 사장. 배우한 기자

‘전설적인 제임스(Legendary James)’. 1992년 국내 자본시장 개방과 함께 건너간 영국 런던 시장에서 기록적인 판매실적을 기록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당시 대우증권 런던법인 부사장)에게 현지 금융인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런 그가 귀국 후 한국투자증권에 몸담고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기록을 매년 갈아치우고 있다.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한다면 12년째다.

장수 CEO인 유 사장에게도 올해는 큰 변화가 예상되는 한해다. 지난해 말 판매를 시작해 올해 본격적으로 장이 설 것으로 예상되는 발행어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 올해 상반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인도네시아 법인을 베트남에 버금가는 해외 법인으로 키우는 것이 그의 고민이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유 사장은 “발행어음 사업은 수신 자금을 운용하는 역량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고 이는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인 투자금융(IB) 역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초대형 IB로 지정된 국내 5대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증권사 자체 신용으로 만기 1년 이내인 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발행 한도는 자기자본(4조2,000억원)의 두 배까지다. 한국투자증권은 은행권의 1.5배 수준인 연 2.3%(1년 만기)의 금리로 어음을 발행해 이미 1조원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연말까지는 누적 판매 금액이 5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어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 중 3분의 2 가량을 기업금융에 투입해 법적 기준(50% 이상 투자)을 충족한 상태다. 은행처럼 기업에 대출을 하거나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인수하는 것은 물론 상장을 계획 중인 기업이 있다면 과감하게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 나서기도 한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물론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일부 대기업도 투자 대상이다.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는 계열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벤처투자), 이큐파트너스(사모펀드)와의 협업을 계획 중이다.

유 사장은 “은행과 증권사 사이에 위험에 대한 태도(리스크 관리 수준)가 다르기 때문에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기업 중 투자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며 “위험 회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투자가 줄어들고 병목 현상도 발생하는 국내 금융 시장에서 막힌 곳을 뻥 뚫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어음을 발행하기 시작한 이후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2호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의 심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다른 증권사의 인가는 요원하다. ‘독주’를 반가워할 법도 한데 유 사장은 경쟁사들이 속히 시장에 진입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증권사 하나당 어음 발행을 통해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4조~5조원 가량인데 은행권 기업관련 여신(450조원)에 비해서는 적은 수준”이라며 “다른 사업자들이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들어 선의의 경쟁을 시작할 때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시장의 파이도 키워질 것”이라고 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유 사장은 ‘글로벌 IB 도약 원년’을 선언했다. 전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 축이 될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영토를 조금씩 넓혀 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의 단팍증권을 인수해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가 끝나는 상반기 중 해외 법인으로 전환한다. 2010년 진출한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 동남아시아 진출이다. 유 사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신흥 시장은 20~30년 뒤에는 우리보다 더 큰 시장이 될 수도 있다”며 “해외 시장이 성장했을 때 우리가 그 시장에서 최고의 증권사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어야 비로소 해외진출의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탄생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의 시너지도 주목된다. 은행 창구가 없는 한국투자증권에게 카카오뱅크를 통한 고객 접점 확대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유 사장은 “카카오뱅크는 입출금, 송금 정도 서비스만 하는데도 하루에 몇 만개씩 계좌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은행이 안정화되면 계좌를 가진 고객들이 우리 시스템과 연계해서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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