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정책에 실망하는 지지자들
촛불과의 허니문 기간 서서히 끝나가
정교함, 치밀함으로 정책 맷집 키워야

문재인 정부와 핵심 지지층 사이에 묘한 대치선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20ㆍ30대 젊은층과의 대립점이 도드라진다. 최저임금 인상, 가상화폐 규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 등이 그 중심에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알바’ 자리를 불안하게 하는 역설을 만들었다. 흙수저 탈출의 사다리로 여겼던 가상화폐 투자는 규제의 철퇴를 맞았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은 선수들에게 낭패감을 안겼고, 젊은 세대는 정부 정책의 일방적 피해자인 그들과 동병상련을 느꼈다.

여기에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인들의 아우성이 겹쳤다. 최저임금 인상에 공감한다 해도 당장의 고통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노동계와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산입 범위 조정 등으로 긴장의 연속이다. 몇 번을 오락가락한 교육정책은 화를 키웠다. 대입 개편 유예, 유치원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금지ㆍ철회 과정에서 30ㆍ40대 학부모들의 민심은 싸늘해졌다. 중도 성향 50대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바라지만 북측에 대한 지나친 저자세는 공감하지 못한다. 제2의 강남 집값과의 전쟁을 벌이는 정부 전략도 수긍하기 어렵다. 이들 모두가 70%에 이르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뒷받침하고 있는 계층이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문재인 정부를 움직이는 핵심 주축은 586세대(19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50대) 중심의 진보적 인사들이다. 민주화의 주역이라는 자부심, 우리 사회와 국민에 대한 책임감이 충만한 세대다. 앞선 세대나 보수층에 비해 도덕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다는 인식도 강하다. 남북ㆍ통일 이슈에 관심이 높고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사회적 약자를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의식과 관심은 8개월여 동안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여러 정책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일까. 촛불 민심에 부응할 만한 준비된 정권으로서의 역량을 보여 주려는 대의와 선의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지지층의 현실 상황과 요구를 고려하지 못했다. 그 바람에 엇박자가 났다. 여러 정책의 부정적 여파를 사전에 찬찬히 따져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대비책을 내놓았지만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인사들과 장관들이 허겁지겁 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볼썽사나웠다. 탁상 행정 역시 적폐일 텐데 그들 스스로 적폐의 포로가 돼 있었던 셈이다. 대입 개편 유예와 방과후 영어 금지 철회로 큰 혼란을 자초한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오기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투자자 300만명이 엄존하는데도 장관들은 조율되지도 않은 가상화폐 대책으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아마추어적이었다.

대의와 선의는 훌륭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지지층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 젊은이와 서민들에게 소득주도 성장론 같은 담론이 먹힐 리 만무하다. ‘기회는 균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를 외쳐 왔음에도 단일팀 논의 과정에서 선수들을 배제한 채 남북화합의 가치만 이해하라고 설파하는 모습은 이율배반으로 비쳤다.

집권 2년차 문재인 정부는 더 정교해지고 냉철해져야 한다. 촛불 민심과의 허니문 기간은 얼마 가지 않아 끝날 것이다. 촛불 민심도 언젠가는 희미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점차 냉정해질 것이다. 그리고 각자 처한 입장과 이해득실에 따라 정책을 저울질하고 평가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지율 70%는 언제든 내려갈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것은 지지율 하락을 견뎌 낼 수 있는 정책적 맷집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과 추구하는 방향에 맞는 정책은 추진하되 그 효과와 부작용을 사전에 세세히 챙겨야 한다. 현장에서 이해 당사자의 목소리에 더 귀를 열고 그들 입장에서 역지사지 해 봐야 함은 물론이다. 정치(精緻)한 정책만이 대의와 선의가 쳐 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는 길이다.

논설실장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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