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강동구 엔젤공방 사업

점포당 최고 5,500만원 투자
밤에 빨간 불 켜지던 풍경
빵 냄새ㆍ꽃 향기로 채워져
엔젤공방 7호점, 금속공예 공방인 ‘메탈룸’을 운영하는 이소라씨가 본인이 만든 보석함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한기자

“여기도 원래 ‘방석집’이었대요. 그런데 제가 들어오니까 위층에 사는 주민 분들이 좋아하시죠. 애들이랑 나갔다 들어올 때도 그렇고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고요. 단골 손님들이 꽤 생겼어요.”

금속공예 공방 ‘메탈룸’을 운영하는 이소라(29)씨가 23일 서울 강동구 성안로의 한 건물 1층에 자리한 공방 구석 구석을 소개하며 말했다. 이 건물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 같은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건물 1층 두 곳의 상점 자리엔 변종 유흥업소가 나란히 있었다. 지금은 그 자리를 이씨의 금속공예 공방과 이씨보다 먼저 들어온 가죽 공방이 대신하고 있다.

변화의 발단은 2016년 시작한 강동구의 ‘엔젤공방’ 사업이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변종업소를 퇴치할 묘안을 짜내던 중 공방 창업을 지원, 활성화해 거리를 자연스레 정비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도 꾀하자는데 생각이 모아졌다. 구는 특히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을 가진 공방의 특성에 주목했다.

모수진 구 사회적경제팀 주무관은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보다는 주민들이 동네 사랑방처럼 오고 가며 거리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공방이 최적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생활용품 공방인 '사과나무'의 김상미(맨 오른쪽) 대표가 주민들과 수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배우한 기자

난관은 건물주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건물주들은 변종업소로부터 높은 임대료를 받아 왔기 때문에 구의 사업 제안을 그다지 내키지 않아 했다. 하지만 종국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도 변종업소보다는 공방을 입점시키는 게 본인에게도 이득”이라는 끈질긴 설득에 마음을 돌렸다.

이렇게 2016년 5월, 엔젤공방 1호점인 가죽 공방 ‘코이로’가 문을 열었다. 그 다음엔 생활용품 공방, 베이킹 공방, 젓가락 공방이 변종업소 자리를 차례차례 꿰찼다. 밤에야 빨간 불이 켜지던 거리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웃들의 수다, 빵 냄새, 커피 향, 꽃향기가 변종업소의 빈 자리를 채웠다. 굴러온 공방들이 골목 깊이 뿌리내린 방석집을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주엔 아홉 번째 엔젤공방, 파이 공방이 들어선다. 수 많은 밤의 ‘단속’들도 하지 못한 성과였다. 10년 전 90개에 육박하고 이후에도 40여개를 유지하던 이 일대 변종업소는 엔젤공방의 활약에 힘입어 19개로 급감했다.

구도 엔젤공방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각도 지원에 힘쓰고 있다. 초기 창업자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 월세의 50%를 1년간 지원한다. 점포당 5,000만~5,500만원을 투자한다. 사업 이름도 ‘엔젤투자자’의 ‘엔젤’에서 따왔다. 창업을 위한 복잡한 행정 절차도 구 관계자에게 직접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젓가락 공방 ‘시와저’의 유수혜(44) 대표는 “저 같은 창업 초보는 건물 계약부터 시작해서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구는 엔젤공방이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보고 있다. 손영창 구 사회적경제팀장은 “원래 공실이 많은 동네였는데 공방 덕에 청년들이 운영하는 카페, 빵집들이 속속 들어서는 등 지역 상권이 활기를 띄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 부동산이 들썩이자 5호점부터는 건물주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상생 협약을 맺어 5년간 임대료 동결을 약속한 상태다.

엔젤공방은 공방 교육을 통해 지역 내 일자리 창출 전진 기지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서울시와 강동구는 ‘상향적 협력적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엔젤공방에서 창업이나 취업을 위한 교육을 받을 인턴 38명을 선발했고, 올 4월엔 공방 직원으로 일할 기간제 근로자 8명을 뽑는다. 손 팀장은 “변종업소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엔젤공방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연말까지 엔젤공방을 15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시와저의 유수혜 대표가 공방에 비치한 일본의 휴대용 옻칠 젓가락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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