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기 대응책을 놓고 정부와 청와대의 엇박자가 또 빚어졌다. 이번 정부 들어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 혼선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엔 시장까지 뒤흔들어 파장이 컸다.

혼선은 11일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한 특별법을 준비 중”이라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박 장관으로서는 지난달 28일 ‘거래소 폐지를 검토하겠다’던 정부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을 뿐이다. 법무부가 법안을 준비한다고 거래소 폐쇄가 확정되는 건 아니다. 정부 내 조율 과정에서 법안 추진이 유보될 수 있는 데다, 설사 법안을 내더라도 국회 통과 여부도 불확실하다. 따라서 박 장관 발언은 가상화폐 투기 단속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경고’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박 장관의 발언에 시장은 크게 요동쳤고, 투자자 수만 명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반발했다. 이에 대한 청와대 대응이 결정적으로 혼선을 키웠다.

박 장관의 표현 수위가 지나쳐 시장의 요동을 키운 측면이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거래소 폐쇄 방안을 검토해 온 것은 결코 틀린 얘기가 아니었다. 관련 내용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언급으로도 확인됐다. 어찌 보면 관련 사실을 밝힘으로써 시장에 경고를 던지는 것 자체가 실질조치에 앞선 ‘단계적 출구’조치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시장의 동요와 투자자들의 불만 확산에 당황해 차분하게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는 대신 “박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 온 방안 중 하나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는 식으로 발뺌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정부와 청와대의 어정쩡한 엇박자는 즉각 정치적 쟁점으로 번졌다. 여당인 민주당 내의 의견도 분분하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법무부와 청와대가 멀쩡하던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을 들쑤셔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 도박장으로 만들어 놨다”고 포문을 열었다. 지방선거를 의식해 블록체인 기술 개발의 시급성을 거론하며 투기 대책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아니냐”는 식의 막연한 지적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전혀 멀쩡하지 않은 상태이고, 더 이상 투기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투기를 잡는 것과 기술을 육성하는 것은 얼마든지 다른 각도로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청와대, 정치권은 공연히 혼란을 증폭시키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가상화폐 투기 광풍을 잡고 투자자들의 퇴로를 열어 줄 의연한 조치가 작동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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