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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2018년 중동지역의 현실을 전망컨대 계속해서 ‘먹구름’이라 하겠다. 여전히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된 중동지역에는 상호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개별 국가들의 난제가 뒤엉켜 어느 것 하나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중동지역에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 자체의 예측불가능성이 가장 큰 변수다. 관측자들은 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부 내 온건한 인사들을 다 내 보내고, 더욱 더 ‘본능적 충동’을 쫓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특히 다음 선거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은 미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은 새해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군사적 시위를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어떤 형태로든 미국이 중동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시도할 텐데, 미군을 더 파병하기보다는 중동 국가들이 서로를 상대로 벌이는 국지전을 방관하거나 어느 한쪽을 측면 지원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둘째 중동 무대에 밀려들어오는 러시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모든 곳에 있다”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소위 ‘확대 중동구상(Great ME initiative)’으로 진행된 설익은 중동 민주화 전략과 이라크 전쟁의 실패로 수렁에 빠진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며 생긴 공백을 러시아가 재빨리 채워나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는 민주주의나 인권 등 ‘보편적’ 가치와는 상관없이 자기 길을 가고 있다. 전 세계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만행을 비난하고, 심지어 자기 국민을 화학무기로 살상해도 러시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막대한 군사지원까지 아끼지 않은 러시아는 초지일관 아사드 편이었고, 아사드 정부는 여전히 건재하다. 이쯤 되면 아랍의 봄 때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졌던 독재자들, 특히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나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튀니지의 벤알리 그리고 얼마 전에 죽은 것으로 알려진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등은 러시아 대신 서방과 가까이 지내려 한 것을 후회했을 것이다. 현재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악명을 떨치는 숱한 독재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러시아의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친화성은 독재자들을 부추겨 아랍에 혹한기를 가져다 줄 지 모른다.

셋째 중국이 중동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레포(시리아)를 포함한 주요 도시의 완전 파괴, 자국민 50만 명의 죽음, 540만 명의 해외 난민, 700만 명의 국내 피난민 등 엄청난 비극 속에 빠져 있는 시리아에 중국은 발 빠르게 들어와 시리아 재건 투자 프로젝트를 거의 독점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규모는 크지 않지만 유전 개발 및 정유 프로젝트부터 구체화하고 있다. 파괴된 도시 인프라 구축도 계획 단계를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아사드가 지난 6년간 자신의 퇴진을 주장했던 미국이나 서방 대신, 자신을 눈물 나게 지켜주었던 동지들, 즉 러시아와 중국을 의지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 아사드는 공공연히 자기 아들이 중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으며, 시리아 사람들이 중국어를 많이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중동의 미래는 이념이나 진영의 논리가 아니라, 자본과 권력의 전쟁터가 돼 가고 있다.

넷째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권력 재편 과정이 주목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 내 세력 갈등의 핵심은 여전히 이란과 이스라엘이라 할 수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체제는 서로 다르지만 비교적 정교하고 견고하다. 이스라엘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북쪽 시리아 국경에 이란과 관련된 시아파 군사집단 세력이 확장되는 현상이다. 이란이 아사드를 도와 지대지 미사일 발사체계를 구축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사우디가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자극하여 이스라엘을 공격하라고 부추기고 있으나, 신중한 헤즈볼라는 아직 아무런 징후 없이 건재하다. 팔레스타인 정부와 하마스가 서로 화해의 손짓을 보내고 있으며, 시나이 반도에서 활동 중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IS) 관련 무장단체와 가자지구의 하마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집트 정부는 이들의 활동을 제어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올해 치러질 이집트 대선(3월)과 레바논 총선(5월), 이라크 총선(5월)과 리비아의 선거(중순)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는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요구와 IS 격퇴 등의 사안과 맞물려 있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을 비롯한 아랍 사회 안에서 사회ㆍ경제적 계층화가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사회ㆍ경제적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이로 인한 대중들의 불만이 중동지역에 만연해 있는 부패 척결 운동과 맞물려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경우, 국내 정치적 기반은 물론 국제 관계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위기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여기에다 세력이 크게 위축되었다고는 하나 기존 질서에 불만을 가진 IS까지 지하조직으로 운영 방식을 바꿔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산발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창모(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ㆍ중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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