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아웃풋 갭’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감축 예상
중국 국채 회수 보도 등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증권 거래소.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디플레이션’(투자 기피ㆍ자산가치 하락)에서 ‘인플레이션’(투기 과열ㆍ임금ㆍ물가상승)으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 국채 수익률 상승, 비트코인 등 글로벌 투기 현상, 국제유가 속등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간 이어진 세계 경제를 지배한 ‘디플레이션’현상이 해소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큰 손들도 이런 시류에 맞춰 투자 패러다임을 급격히 조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세계은행 ‘세계경제전망보고서(GEP)’를 인용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세계 경제의 ‘아웃풋 갭(실질성장률-잠재성장률)’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2018년은 세계경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인 아웃풋 갭이 ‘마이너스’(-)면 디플레이션과 경기불황이, 아웃풋 갭이 ‘플러스’(+)면 경기과열로 인플레이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마이너스 였던 아웃풋 갭은 지난해부터 주요국에서 속속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다. 2017년 미국(0.2%포인트), 유럽(0.7%포인트), 일본(0.2%포인트), 중국(0.3%포인트) 등이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WSJ는 “지난 10년간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양적완화 조치를 단행했지만 지금부터는 인플레이션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대규모 감세, 규제완화도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세계 제조업이 활황을 이어가면서 국제 원자재시장도 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해 7월 배럴(158.9ℓ)45달러였던 미 텍사스 중질유 가격은 올해 1월 63달러로 40% 가량 폭등했다. 2017년 2.2~2.4% 수준이었던 미국 국채(10년 만기채) 수익률도 지난 8일 2.48%로, 11일에는 2.54%로 뛰었다. WSJ은 “월가의 주요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시대를 대비한 투자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이 또다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미국 통화당국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국의 상호 견제 움직임도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국채를 1조2,000억달러나 보유한 중국은 미국의 무역보복 가능성을 견제하는 한편 금리 상승에 따른 국채가격 하락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매입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이에 맞서 핵심 동맹이자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과 공조해 국제금융 시장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과 일본 사이에는 중국이 미국 국채 투매에 나설 경우 일본이 매입세력으로 나서 그 충격을 완화시킨다는 묵계가 맺어졌다는 게 국제 금융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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