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연락관이 3일 재가동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초록색 전화가 메인, 붉은색은 예비용이다. 또는 초록색은 북한에 걸 때, 붉은색은 받을 때 사용하기도 한다. 통일부제공

순탄하게 진행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이 유독 시비를 건 사안은 두 가지다. 우리 측의 비핵화 발언과 서해 군 통신선의 개통시기다. 북한이 지난해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만큼 비핵화에는 반발할 수 있다. 하지만 대체 통신선이 무엇이길래 북한이 꼬투리를 잡으며 신경전을 폈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9일 회담 도중 “3일부터 연결된 서해 군 통신선을 왜 오늘 개통했다고 하느냐”며 우리 측에 항의했다. 국방부가 오후 2시 통신선 개통을 확인했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 막 퍼지던 시점이었다.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 출입사무소(CIQ)에 6개 회선이 갖춰져 있다. 남북은 개성공단 통행지원을 위해 3회선,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3회선을 운영해왔다. 각각 경제와 군사적 용도인 셈이다. 각 3회선은 전화기 2회선과 팩스 1회선으로 구성돼 있다. 전화기 1대를 주로 사용하고, 나머지 전화는 예비용이다. 팩스는 음성통화가 아닌 문서를 주고 받을 때 쓰인다. 3일 재가동한 판문점 연락채널도 같은 방식으로 운용된다.

하지만 통행지원용 통신선은 2016년 2월, 충돌방지용 통신선은 2008년 5월부터 연결이 끊겼다. 북측이 전화를 받지 않은 탓이다. 이에 우리 군은 지난 2년간 통행지원용 통신선의 메인 전화기 1대로 오전 9시와 오후 4시, 하루에 두 차례씩 북측에 전화를 걸면서 반응을 기다렸다.

따라서 북한이 3일부터 통신선을 연결했다는 주장을 곧이 믿기 어렵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다만 진실 공방은 피한 채 “우리가 개통을 확인한 건 9일 오후 2시”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마냥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실제 통신선의 경우 북측이 반응하지 않는 한 전원을 켰는지 껐는지 우리 쪽에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대기신호는 가지만 상대방이 전화를 안 받을 때와, 아예 전화기를 꺼놓았을 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가 전혀 다른 일반 전화와는 차이가 있다. 반대로 북측이 통행지원용 통신선 가운데 예비용만 연결했거나, 아니면 10년간 방치된 충돌방지용 통신선을 연결해 놓고 우리 측에 억지주장을 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방부는 11일 “통행지원용 서해 통신선을 복원하긴 했지만 2년간 사용하지 않다 보니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북측에서 보낸 신호가 아직 정상적으로 잡히지 않는 상태”라고 밝혔다. 잡음이 많아 또렷하게 통화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군 당국은 강원도 고성 CIQ에도 3회선의 동해 군 통신선을 설치했지만 2010년 11월 산불로 소실된 상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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