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커피의 나라 (상)

지난 6일 휴일 오전 베트남 호찌민 시내에 자리 잡은 한국 커피체인 카페베네의 모습. 비싼 가격 탓에 손님이 거의 없다. 카페베네는 2014년 베트남 첫 진출 뒤 매장을 3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지에서는 철수설이 나돌 정도로 소비자 호응이 낮다.

1억명에 육박하는 내수시장, 연 6%대의 견고한 경제성장, 이를 바탕으로 한 구매력 증가는 '베트남=기회의 땅' 공식의 핵심이다. 하지만 커피 시장만큼은 예외다. 수많은 해외 커피 전문 브랜드들이 발을 들였다가 짐 싸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베트남이 '커피 브랜드의 무덤' 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호주계 커피전문점 ‘글로리아 진스(Gloria Jean's Coffees)’가 대표적인 예. 베트남 진출 10년 만이던 작년 4월 호찌민시의 한인 밀집지 푸미흥점의 문을 닫으면서 베트남에서 완전 철수했다. ‘개방된 공간’에서 커피를 즐기는 문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다, 현지인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메뉴 개발이 부진해 결국 안착에 실패했다.

글로리아 진스를 처음 도입한 응우옌 피 반씨는 “월세도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진출 초기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사실을 확인한 뒤 다른 가맹점에 대해 현지 사정에 맞게 영업 방식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뒤이어 등장한 스타벅스와 토종 브랜드들 때문에 영업 압박을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뉴욕 디저트 커피(NYDC)’가 호찌민시에 있던 매장 문을 닫으면서 베트남 시장에서 철수했다. NYDC는 미국식 최신식 디저트로 젊은 층에서 인기를 모으기도 했지만 비싼 가격 탓에 ‘반짝 인기’에 그쳤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에스프레사멘테 일리(Espressmente Illy)’도 비싼 가격을 고수하다 결국 백기를 들었고, 미국의 프랜차이즈 업체 ‘커피 빈 티 리프’도 토종 업체들에 밀려 매장을 축소하고 있다. 대부분 현지인들 입맛에 맞는 다양한 메뉴 개발이 늦었던 데다가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가격을 책정한 것이 패착으로 꼽힌다.

한국 브랜드 중에서는 카페베네(2014년)와 할리스(2015년)가 진출했지만, 할리스는 1년도 안돼 철수했고, 카페베네도 사업을 축소하고 있을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초기 한국의 커피 맛을 보기 위한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주문을 하기도 했다”면서도 “비슷한 수준의 시설에 반값 이하 제품을 내놓은 토종 업체들과는 경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커피 빈과 할리스가 철수한 자리에는 커피까지 영역을 넓힌 토종 차업체 ‘푹 롱(Phuc Long)’이 입점하고 있다.

김석운 베트남경제연구소장은 “쟁쟁한 토종 업체들 사이서 글로벌 고급 브랜드 정도만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 커피 시장에 한국 브랜드가 도전하려면 철저한 시장 조사와 함께 원료 조달에서부터 현지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카페베네 베트남 진출 초기 모습. 한류 스타를 동원한 마케팅으로 초반에는 인기를 끌었지만 비싼 가격 등으로 현지인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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