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성훈씨 후원 내역 보고
아버지, 보상금 일부 연탄 기부
평소 도선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정성훈씨는 지난달 4일 중국의 한 항구에서 정박한 컨테이너선에서 추락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정씨의 영정 모습. 부산연탄은행 제공

세상을 떠난 20대 아들을 대신해 50대 아버지가 사망 보상금을 연탄은행에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10일 부산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 9일 사무실로 “얼마 전 하늘로 떠난 아들을 대신해 기부를 하고 싶다”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의 주인공은 대구에서 택시업을 하고 있는 정용욱(54)씨. 그는 지난달 4일 중국의 한 항구에 정박한 컨테이너선에서 추락해 숨진 정성훈(23)씨의 아버지였다.

정씨의 아들 성훈 씨는 숨지기 한달 전 해양 전문가를 꿈꾸며 한 대형 컨테이너선의 3등 항해사로 취업했다. 한국해양대를 4년 내내 장학금을 받고, 수석으로 졸업한 아들은 늘 정씨의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취업 한달 만에 2번째로 승선한 배를 타고 중국으로 떠난 아들은 하역 작업 중 불의의 추락 사고를 당해 영영 볼 수 없게 됐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따뜻한 성품을 가져 선후배로부터 인정받았던 정씨의 죽음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힘겹게 아들을 가슴에 묻은 정씨는 유품을 정리하던 중 아들의 통장에서 부산연탄은행으로 2만원이 빠져 나간 것을 확인했다. 아들이 숨지기 이틀 전 연탄은행에 매월 2만원의 기부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정씨는 연탄은행에 전화를 걸어 “우리 성훈이가 매월 2만원씩 연탄은행에 후원하기로 한 것을 알게 됐다”며 “매월 2만원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성훈이 보상금에서 500만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아들이 살아있다면 20년 넘게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인 셈이다. 정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평소 좋아했던 대학 야구동호회를 비롯해 다른 단체 등에도 보상금을 나눠 기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연탄은행은 정씨가 건넨 후원금을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복 지원과 어르신들의 따듯한 밥상을 제공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강정칠 부산연탄은행 대표는 “기부금을 받으면서 부산연탄은행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하는 숙제를 동시에 받았다”며 “따뜻한 활동에 돈을 나눠 쓰고 그 뜻을 기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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