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신년 계획 중 하나로 가상화폐 관련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그가 말한 가상화폐 관련 기술은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이란 자료(데이터)를 여러 군데 나눠서 저장하는 기술이다. 단순하게 비유하면 그림 맞추기 퍼즐 조각을 여러 사람이 각각 하나씩 나눠서 보관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되면 여러 개 조각을 모두 모아서 붙이지 않는 이상 온전한 그림을 갖기 힘들다. 이는 곧 해커가 한 군데만 해킹해 전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데이터만 위ㆍ변조하면 전체 데이터와 아귀가 맞지 않아 쉽게 들통난다. 마치 임의로 고친 퍼즐 한 조각이 들어맞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블록체인은 위조나 변조가 어렵고 쉽게 해킹하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 중 가장 유명한 ‘비트코인’ 개발을 위해 태어났다. 비트코인을 사고 파는 수 많은 사람들의 거래기록이 매매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동시에 나눠 저장된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우리말로 공공기록장부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여럿에게 동시에 나눠 저장하는 기술은 지금도 있는데 무엇이 대단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수천만 명 이상이고 수 많은 분산 데이터가 거래 발생 즉시 동시에 갱신된다는 점이 단순 분산 저장 기술과 다르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비트코인 때문이 아니다. 이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기존 플랫폼의 해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블록체인은 단순히 자료의 분산 저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료가 집중됐을 때 발생하는 권력을 흩어 놓는 효과가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네이버 우버 등 플랫폼 업체들이 누렸던 권력을 수 많은 이용자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뜻이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데이터의 분산 저장으로 개인 대 개인(P2P) 간 거래가 활성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에서 보듯 각종 거래 정보가 수 많은 이용자들에게 분산 저장되면 이를 플랫폼 업체 같은 매개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를 거치지 않고 개인들이 자동차나 빈 방을 공유하고 음원 서비스 업체가 없어도 이용자들은 개인끼리 디지털 음악을 사고 팔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유자나 창작자는 소유권 및 저작권을 분산 저장해 권리와 수익을 안전하게 관리한다.

결국 페이스북이 새해 과제로 블록체인을 강조한 것은 지금과 다른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저커버그 CEO는 “지금까지 각종 정보기술(IT)은 권한을 집중시켰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중앙집권적 시스템에서 권한을 빼앗아 사람들에게 되돌려 준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명화나 유명 음악의 소유권을 여럿에게 쪼개서 판 뒤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공동으로 나누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나올 수도 있다. 비트코인이 이런 식이다. 비트코인 한 개는 2,000만원이 넘지만 수중에 10만원밖에 없다면 한 개를 쪼개서 10만원 어치만 살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개 서비스는 수수료를 내는 대신 각종 불상사에 대해 중개 서비스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P2P 사회에서는 책임 소재가 모호해 질 수 있다. 따라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고나 범죄에 대해 얼마나 대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문제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상호 불가분의 관계여서 기술 육성과 투기 단속을 동시에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정부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하나의 부작용이 아닌 전체를 봐야 한다. 결국 블록체인 시대가 가져올 변혁에 대비하려면 국제 사회의 정책 동향과 기술 흐름을 주시하며 칼로 무 자르는 식의 성급한 정책 도출을 피해야 한다.

최연진 디지털콘텐츠국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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