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시청자가 가장 제보하고 싶은 방송됐으면"

12년 만에 ‘PD수첩’에 돌아오는 한학수 PD는 “MBC가 촛불 시민들의 열망과 꿈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2005년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보도로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한학수(49) PD가 12년 만에 시사고발프로그램 ‘PD수첩’에 복귀했다. 그는 9일 방송부터 ‘PD수첩’ MC로 카메라 앞에 선다.

‘황우석 논문 조작’ 보도 이후 ‘MBC스페셜’ ‘W’ 등에 배정됐던 그는 2010년 김재철 전 MBC 사장 시절 파업에 참가했다가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나면서 시사교양국과는 멀어졌다. 안광한, 김장겸 전 MBC 사장을 거치면서 한 PD는 스케이트장을 관리하는 신사업개발센터, 송출이 주업무인 주조정실, 디지털포맷개발센터 등 유배지나 다름 없는 곳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12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을 돌아 제자리를 다시 찾은 한 PD를 최근 서울 상암동 MBC 시사교양본부에서 만났다. 그는 “얼마 전 ‘뉴스데스크’ 새 앵커들과 사진촬영을 위해 거울 앞에 앉았는데, ‘아! 이렇게 또 복귀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격스러웠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한 PD는 “침묵만 흐르며 독서실 같았던 시사교양본부에 이제야 활기찬 웃음이 오간다”고 했다. 주눅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예전 분위기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선후배가 자유롭게 아이템을 거론하고, 국장과는 아이템 결정을 위해 싸울 수도 있는 게 언론사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지난 10년간 사라졌던 분위기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어요.”

한 PD를 포함해 MBC구성원에게 ‘PD수첩’은 아픔의 역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광우병 사태’ ‘4대강 사업’ 관련 방송을 했다가 PD들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비제작부서로 배치됐다. 최승호(현 MBC 사장) 전 PD는 해고까지 됐다. 이후 ‘PD수첩’은 날 선 비판의 칼이 무뎌졌고, 시청자들은 등을 돌렸다. 국내 대표적인 시사고발프로그램이라는 명성은 옛 영화가 됐다. 지난해 7월 ‘PD수첩’ PD 10여명이 간부들의 아이템 검열을 문제 삼으며 제작거부에 돌입했고, 9월 파업의 도화선이 됐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 한 PD는 “딱 한 번 사표를 쓰고 싶은” 때가 있었다. 2014년 스케이트장 관리가 주업무인 신사업개발센터로 갔을 때는 앞날이 막막했다. 그는 “(시사교양국으로)영영 못 돌아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MBC를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라고 했다. ‘황우석 사태’와 파업을 거치며 비제작부서에 배치된 한 PD를 보며 그의 가족도 마음고생을 했다. 한 PD가 ‘PD수첩’으로 복귀해 MC로 활약한다는 소식을 전하자 그의 부인은 “당신은 업이 그런가 봐”라며 등을 두드려줬다고 한다.

한학수 PD는 9일부터 방영되는 MBC 시사고발프로그램 'PD수첩'의 MC로 등장한다. MBC 제공

지난달 진용을 새롭게 꾸린 ‘PD수첩’은 “역전의 용사”들이 뭉쳤다. 해직됐다 5년 만에 복직한 강지웅 PD가 시사교양1부장이 됐고, ‘치과의 비밀’을 보도했던 박건식 PD가 팩트체크팀장으로 돌아왔다. ‘북극의 눈물’을 제작한 조준묵 PD, ‘휴먼다큐 사랑’의 유해진 PD, ‘하우스 푸어’를 조명한 김재영 PD 등이 합류했다.

한 PD가 진행할 첫 방송은 지난해 3월 한국인 8명과 필리핀인 16명을 태우고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된 스텔라 데이지호 사고다. 한 PD는 “제2의 세월호 참사”라며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질 계획이다.

최근 실시된 ‘가장 제보하고 싶은 방송’ 여론조사에서 JTBC ‘뉴스룸’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PD수첩’은 4위였다. 한 PD는 “여론조사 결과가 충분히 공감이 간다”면서도 “특히 ‘그것이 알고 싶다’는 우리가 하지 못한 걸 해내면서 부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지만, 올 새해에는 꼭 1위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탐사보도가 무사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칼 잡고’ 보도한다고 하죠. 그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자 고통이니까요.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죠. MBC와 ‘PD수첩’의 부활은 촛불을 든 시민들의 열망과 꿈, 분노로 인해 태어난 결과잖아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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