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설 제기된 여야 인사들 잇따라 손사래

안대희 전 대법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정당이 수도권과 부산ㆍ경남(PK) 등 격전이 예상되는 지역에 내세울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선정에 본격적으로 뛰어 든 분위기다. 하지만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출마설이 제기되는 유력 정치인들이 일찌감치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런 분위기는 자유한국당에서 더 두드러진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및 경남지사 후보로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공을 들이던 홍정욱 전 의원과 안대희 전 대법관이 최근 지방선거 불출마 의사를 잇따라 선언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무죄 판결을 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충남지사 재도전설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한국당은 이들이 일찌감치 선을 긋자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이들이 내년 6월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공교롭게 홍 전 의원이 18대 국회의원 당시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병에서 재보선이 확정된 상태고, 안 전 대법관 및 이 전 총리와 연고가 있는 부산 해운대와 충남 천안 등도 유력한 재보선 지역으로 분류된다. 부산과 충남의 경우 재보선이 열리지 않는다고 해도 인물난을 겪고 있는 한국당 입장에서는 두 정치인을 수도권 등 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재보선의 다른 지역에 투입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29일 “안 전 대법관과 이 전 총리 정도면 전국구 정치인으로 재보선 시 상당한 블루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를 제외하면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막판까지 경쟁하며 몸집을 키운 안희정 충남지사는 일찌감치 3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재보선 출마와 당권 도전 등을 검토하고 있다. 낙동강 벨트 수복 차원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불출마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지사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도 아직까지는 불출마 의지가 강하다.

여야를 떠나 과거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졌던 도백 자리를 서로 마다하는 현상을 두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치인으로서 주목 받기 위해서는 중앙무대에 서야 한다”는 생각이 퍼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도백으로 입지가 굳어질 경우 대권 등 더 큰 도전에 나서는 데 오히려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5ㆍ9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자리에 도전했던 안희정 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앙당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의 벽을 넘지 못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과거 차세대 주자로 꼽혔던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시장이 도백으로 변신한 뒤, 좀처럼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과거 잠룡 그룹으로 분류됐던 도백 출신들도 정치적 휴지기가 길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 대선에서 경남지사 출신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대선 후보로 발탁된 데는 보수의 급격한 몰락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도백 경험이 국정운영을 미리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대권의 징검다리로 간주되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분위기가 많이 희석된 것 같다”며 “그나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이런 현상은 앞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이재명(왼쪽) 경기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창동성당에서 열린 '민주주의자 고(故) 김근태 선생 6주기' 추도 행사에 참석해 추모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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