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폴로늄 기준치 10배 나와"... 독살 판명땐 파장 예고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 AP 연합뉴스

올해 1월 심장마비로 숨진 이란 개혁파의 구심점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시신에서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사망 당시에도 사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져 독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 파에제 하셰미는 16일(현지시간) 이란 뉴스웹사이트 ‘에테메드’와 인터뷰를 통해 “선친 시신에서 기준치의 10배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 폴로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파에제는 정부 안보 당국자들이 유족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사실을 전했으며, 검사 결과 어머니와 여동생 몸에서도 기준치를 각각 3배, 2배 넘는 폴로늄 수치가 측정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모임이 언제 열렸는지, 참석한 당국자들이 누구였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파에제는 “정부 관계자들은 폴로늄이 죽음의 원인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으나, 방사성 물질이 아버지 몸 속에 침투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폴로늄은 독성이 강한 방사성 물질로 암살 도구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2006년 영국 런던에서 사망한 스파이 출신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폴로늄 210에 중독된 것으로 드러났고, 2004년 숨진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 역시 뒤늦게 폴로늄 독살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파에제의 주장이 사실로 판명되면 이란 정국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라프산자니는 이슬람혁명 1세대로 보수ㆍ개혁 진영을 넘나들며 ‘킹 메이커’ 역할을 한 이란 정계의 거물이었다. 1979년 혁명 직후 의회 의장을 맡아 9년간 재임한 뒤 89년부터 97년까지는 두 차례 대통령을 지냈다. 그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네이 사후 알리 하메네이를 최고지도자로 옹립한 주역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대선에서 당시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어 하메네이와 멀어지더니 4년 뒤엔 중도ㆍ개혁 노선을 표방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기어코 당선시켰다. 로하니 대통령이 보수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방과 핵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도 라프산자니의 공이 컸다.

때문에 올해 5월 이란 대선을 앞두고 라프산자니가 갑자기 사망하자 여러 억측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유족은 “아버지는 매우 건강했고 심장 질환을 앓은 적도 없다”며 독살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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