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적이 작곡한 '나침반'을 자신에게 힘이 되는 두 딸을 보며 작곡한 곡이다. 뮤직팜 제공

‘음유시인’ 이적이 4년 만에 돌아왔다. 14일 발매한 ‘나침반’은 힘겨운 일상 속에서 소중한 사람의 눈빛을 보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들을 위한 위로송이다. ‘아직 이 황량한 세상 속에 아직 내겐 너라는 선물이 있으니까’라는 이적이 두 딸을 생각하며 쓴 노랫말이다. 14일 오후 방송된 온라인 방송 카카오TV ‘이적 나침반 라이브 최초 공개’에서 그는 자신의 신곡 ‘나침반을 이렇게 소개했다. “살기 힘들고 팍팍한 요즘 같은 시기에 무엇을 생각하면서 힘을 얻겠어요. 애인이든, 친구든, 선후배든, 나를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에게 힘을 얻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이적은 데뷔 때부터 팍팍한 마음을 적셔주는 응원의 메시지를 노래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인 관계뿐 아니라, 부모 자식간의 사랑, 자기 내면의 방황, 꿈에 대한 노래로 깊은 공감을 자아내며 위로를 전했다. 화려한 절정이 없어 싱겁게 들리는 곡도 많지만, 해가 지날수록 진가가 발휘되는 곡들이다.

가수 이적은 흥행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달팽이'를 그룹 패닉 1집 앨범의 솔로곡으로 수록했다. 사진은 1996년 이적이 가요 무대에서 ‘달팽이’를 열창하는 모습. MBC 방송화면 캡처
1. 패닉 ‘달팽이’(1995)

이적과 김진표가 결성한 2인조 그룹 패닉은 1995년 발매한 정규 1집 앨범에서 여러 장르음악을 시도했다. 타이틀곡은 대중적이고 신나는 록 음악인 ‘아무도’였으나, 활동 초기 별다른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달팽이’는 라디오에서 청취자의 요청으로 한두 번 씩 나오기 시작한 곡이었다. 이 노래가 입소문을 타면서 뒤늦게 여러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흥행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이적은 솔로곡으로 ‘달팽이’를 만들었으나, 노래가 히트하면서 무대에서 김진표가 색소폰을 부르는 역할로 등장하게 됐다. ‘달팽이’의 인기에 힘입어 후속곡 ‘왼손잡이’ 역시 뒤늦게 사랑을 받으며 수록곡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패닉 1집은 2007년 음악전문 웹진 가슴네트워크가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7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달팽이’는 현실은 작고 초라하지만 언젠가 아름다운 미래로 나아갈 꿈을 그리는 내면을 노래했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멜로디와 공감을 안기는 가사로 오랫동안 사랑 받는 곡으로 남았다. 가수 장나라, 타루, 국카스텐 등 수많은 가수들이 곡을 리메이크했으며, 지난해 JTBC ‘뉴스룸 2부’ 앵커 브리핑에서 ‘달팽이’가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왼손잡이'는 사회의 모든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곡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았다. KBS 방송화면 캡처
2. 패닉 ‘왼손잡이’(1995)

어릴 때 부모에게 혼나거나 사회로부터 교정을 강요 받았던 왼손잡이들의 설움이 담겼다. 세상의 모든 비주류들을 대표하는 곡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 성소수자, 소외 계층의 입장을 그들의 시각으로 풀어냈다. 당시엔 파격적인 소재로 큰 화제를 모았다.

정규 1집 앨범에 수록된 ‘왼손잡이’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주를 이뤘으나, 뮤직비디오는 얼터너티브 록 스타일로 경쾌하게 풀어냈다. 김진표가 곡 중간 랩을 가미해 시원한 분위기를 살렸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적은 “‘달팽이’ 때문에 발라드 가수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이 걱정됐다”고 말했다. ‘왼손잡이’는 여러 가지 색채를 보여주기 위한 시도였지만, 패닉은 발라드 이미지를 크게 지우지는 못했다. 결국 이들은 정규 2집 앨범에서 음산하고 난해한 표현이 담긴 곡을 선보여 대부분의 곡이 방송금지곡 처분을 받기도 했다.

가수 이적은 2011년 출연한 MBC '무한도전'에서 MC 유재석과 팀을 이뤄 '말하는대로'를 작곡했다. MBC 방송화면 캡처
3. 처진달팽이 ‘말하는대로’(2011)

2011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미션의 일환으로 작곡한 곡이다. 메인 MC 유재석과 한 팀을 이뤄 유재석의 이야기로 ‘말하는대로’를 작곡했다. 신인 개그맨이던 유재석이 성장해 장수 프로그램의 메인 MC를 맡기까지, 자신의 20대 시절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로 채워졌다.

이적은 유재석의 무명시절에 대한 얘기를 들으며 기타로 즉흥 연주를 해 이 멜로디를 곡에 녹였다. “스무 살 때는 내일 뭐하나 걱정했다”는 유재석의 고백은 “나 스무 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하지 내일 뭐하지 걱정을 했지”라는 노래 가사로 녹여냈다. ‘말하는대로’는 2015년 ‘무한도전’에서 ‘시청자가 다시보고 싶은 무대’ 1위에 선정돼 다시 한번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가수 전인권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걱정 말아요 그대'는 tvN '응답하라 1988' OST로 삽입되면서 큰 인기를 모았다. tvN 방송화면 캡처
4. ‘걱정 말아요 그대’(2015)

원곡은 전인권이 2004년 발매한 정규 4집 앨범의 타이틀곡 ‘걱정 말아요 그대’다. 이적이 리메이크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 OST로 삽입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이적은 좀 더 담백하게 곡을 재해석했다. 포근하면서도 단단한 목소리로 ‘응팔’에서 녹여낸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가사 안에는 ‘사회의 갈등을 버리고 새로워지자’는 내용이 담겼다. 잔잔한 발라드지만, 쉬운 멜로디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후렴구로 한 번 들어도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 ‘걱정 말아요 그대’는 지난해 촛불집회 때 광화문으로 나온 시위 참가자들이 부르면서 깊은 울림을 남기기도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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