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 집중 사찰 지시 정황

누리과정 예산 편성 반발 견제 목적
檢 ‘과학계 사찰’ 수사 후 영장 청구 방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에 대한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 성향을 가진 교육감들을 불법 사찰하도록 국가정보원에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교육감 사찰 및 과학기술계 사찰 등에 대한 조사를 끝내는 대로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5일 한국일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지난해 3월말 국정원 측에 “정부 시책에 비판적인 교육감을 상대로 실질적으로 견제가 가능한 내용을 정교하게 파악해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교육감이 소속된 교육청에 대한 감사나 보수 단체를 동원한 규탄 집회를 여는 등의 간접 방식이 아니라 개인 비위 의혹 등을 파악해 직접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내용을 알아오라는 취지였다. 우 전 수석은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하는 데 열흘 안팎의 시한을 주고 집중 사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정원 측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교사의 교육청 발탁 인사, 친교육감 인사의 내부 승진, 해당 교육감들과 친분 있는 단체와 교육청의 수의계약 등을 특혜 의혹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파악해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 전 수석의 불법 사찰 지시는 박근혜 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반발하는 교육감들을 억누르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지난해 3월) 여당과 정부는 ‘지방교육정책지원특별회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시ㆍ도교육청이 교육부로부터 받는 교부금 중 일부를 누리과정에만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대구ㆍ경북(TK) 지역 외 대부분의 교육감이 “교육감의 예산편성권을 빼앗고 지방교육자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또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감 14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누리과정 관련 정부 입장을 교육청에 관철하지 못한 부교육감에게 경고 처분하고, 이에 시도교육감협의회는 탄압이라며 반발했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국정원 관계자들로부터 우 전 수석의 불법 사찰 지시와 관련한 진술을 확보하고 사찰 경위와 구체적인 내용, 이 내용들이 우 전 수석에게 보고됐는지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검찰은 교육감 사찰과 이른바 ‘과학기술계 블랙리스트’ 작성ㆍ사찰 의혹 등에 대한 추가수사를 마치는 대로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내 정부 비판 단체를 선별해 구체적인 문제 행위를 찾아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 내용이 담긴 국정원 문건을 최근 발견했다. 검찰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김명자 총연합회 회장을 6일 오후 1시에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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