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빠른 자동차 산업
관리형 리더보다 협력적 리더십 절실”

종합산업인 자동차산업은 언제나 기술혁신과 세계화가 생존의 화두였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끊이지 않았고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도 상존했다. 이 때문에 어느 산업보다 신속하고 예리한 의사결정이 중요해 리더십이 성과를 좌우했다. 현존하는 대부분 자동차업체에서 창업자 가문이 이사회 의장이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맡는 것도 이런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130년 만에 변화하며 리더십이 또 한번 조명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전문경영인이 CEO였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은 각각 파산ㆍ대규모 리콜ㆍ사기극으로 오점을 남겼다. 이런 ‘빅 3’와 달리 창업자 후손이 CEO인 미국의 포드와 현대자동차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금융위기 때 최악의 상황에 부닥쳤던 토요타도 창업 3세인 토요다 아키오 사장을 전면에 세워 사태를 수습하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초 일본에서는 2025년에 현대차가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가 출간됐다. 보고서는 ‘미래 자동차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고 주력 시장에서의 성과 부진과 경직된 노사관계 등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상에 대해서는 맞는 지적이나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현대차는 금융위기 이후 급성장해 세계 5위권으로 도약한 완성차 업체다. 강력한 리더십 아래 수소연료전지차 양산기술을 세계 최초로 확보했고, 아이오닉 전기차는 경쟁 차종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재점검과 오는 2020년까지 20종의 신차를 출시하는 계획도 세웠다. 과거에 비해 현대차의 위기 대응 능력이 대폭 강화된 점을 고려하면 보고서의 최종 결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2004년부터 3년간 토요타 고위 기술직을 비롯한 전문가들과 면담할 기회가 있었다. 토요타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확보한 이유에 대해 궁금해했다. 당시 필자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근성인 ‘하면 된다’란 정신 아래 전 직원이 똘똘 뭉쳐서 빚어낸 결과”라고 답했다.

전통적으로 자동차업체의 전문경영인은 ‘관리형 리더’가 될 수는 있어도 ‘선도형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 경영상 의사결정 하나가 자칫 회사를 위기로 이끌 수도 있는 탓이다. 관리형 리더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는 있지만 위기가 닥칠 경우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책을 수립하는 데는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위기 상황에선 소위 제왕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조직원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을 장려하면서 비전을 제시하고 주도하는 ‘협력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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