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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만 살 수 있다’던 의료사고 아동, 더 오래 살면 손해배상은?

입력
2017.12.01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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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과실로 중증발달장애 생겨

법원 “이미 위자료 받았어도

늘어난 수명 감안 10억 추가배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06년 6월 16일은 A(당시 4세)군 부모에게 악몽과 같은 날이다. A군과 함께 공원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낼 때만해도 여느 날과 다를 게 없었다. A군이 벤치에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찧고 크게 울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부모는 곧장 근처 대학 병원 응급실로 달려 갔고, 의사는 ‘두피가 2㎝ 찢어졌다’며 꿰맨 뒤 약만 먹으면 된다고 했다. CT 촬영 결과도 이상 없어 부모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문제는 상처를 꿰매는 일이었다. 겁에 질린 A군이 수 차례 몸부림을 쳐 시술에 실패하자 병원 측은 버둥대지 못하게 온 몸을 천으로 감고 가슴과 머리 아래 베개를 댄 채 엎드리게 만들었다. 20여 분 상처를 꿰매고 A군을 바로 눕혔는데 숨을 쉬지 않았다. 베개 때문에 질식해 심정지가 온 것이다. 심폐소생술로 살려냈지만 A군은 저산소성 뇌병증으로 중증 발달장애와 사지마비를 얻었다. 당시 병원 상대 소송에서 A군 부모는 2억 5,000만원을 배상 받았다. ‘남은 수명이 10년’이라는 신체감정 소견에 따라 그 기간 드는 치료 비용과 위자료를 감안한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로부터 11년, A군은 살아 남았다. 옆에서 도우면 옷을 입을 수 있었고, 손에 먹을 것을 쥐어주면 스스로 먹을 수 있게 됐다. 이름을 부르면 대답도 했다. 호전은 됐지만 장애는 여전했다. 부모는 병원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결론 났던 사건이었지만 법원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전 소송 종결 후 새로운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판례는 추가 손해를 예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새로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이원)는 지난 21일 선고 공판에서 당시 상황이 의료사고였음을 다시 한번 짚었다. 재판부는 “가슴과 배를 압박하는 자세, 특히 엎드린 자세와 결박은 호흡운동을 방해해 질식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초 내원 때 머리가 약간 찢어진 것 말고는 정상 상태였던 점도 참작했다.

법원은 스스로 밥 먹기가 가능해진 점 등을 감안해 2006년 한국인 완전생명표에 따른 만 4세 남아 기대수명(71.8년) 중 71.5%를 인정했다. 다만 정상인보다 기대수명이 10~15년 짧은 신경섬유종 질환이 있었던 점을 참작, 12.5년을 빼고 42.4년(2048년) 더 살 수 있다고 봤다. 그 기간 일실수입과 치료비, 휠체어 비용 등 모두 10억 827만원을 더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늘어난 기대수명으로 병원의 손해배상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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