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교생 산재 모니터링

‘제2 민호’ 골절 절단 사고 많아

산재 처리할 경우 평가에 영향

사업체는 자체 보험 처리 많아

“교육 당국도 관리 감독 무책임”

‘제2, 3의 민호들’은 오늘도 현장에서 소리 없이 신음하고 있다. 매년 거르지 않고 현장실습에 나선 고교생이 크게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드러나면서 공분을 사고 있지만, 정작 주목 받지 못하고 묻혀버린 사고들 역시 한 해 수십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교육부의 ‘특성화 학교 현장실습생 산업재해(산재)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21건의 산재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화학, 철강, 건설 등의 업체가 많았고, 심지어 프랜차이즈업체에서 산재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올해는 산재 인정 건수가 아직 3건에 그쳤지만, 현재 처리가 진행 중인 사건을 포함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현장실습에서 사고가 발생한 후 산재 보상보험 신청서를 작성, 산재로 인정받아 처리가 완료된 건만 반영한 수치다. 실습현장에서 경미한 사고의 경우엔 불이익을 우려해 사업체에서 따로 산재를 신청하지 않고 쉬쉬하는 만큼 드러나지 않은 사고는 더 많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제주 음료공장의 현장실습생이었던 이민호(18)군 역시 사망하기 전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두 차례 이상 사고가 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산재 처리 건수가 쌓이면 사업체가 안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보험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개별 사례를 살펴보면 현장실습생들이 언제든 다칠 수 있는 생산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손이나 발이 기계에 끼어 절단되거나 골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17일 인천 서구의 육류가공업체에서 고기 절단기에 손가락을 잘린 박모군 뿐 아니라 울산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다. 김모(19)군은 올해 2월 울산 울주군의 단열재제조 업체에서 철판을 구부리는 절곡 작업을 배우다 지도기술자가 눈을 뗀 사이 오른손이 절곡기에 말려들어가 봉합 수술을 받았다. 김군은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라 손 쓸 틈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보다 앞선 2016년 9월에는 축산물 가공업체에서 이모(당시 18세)군이 고기를 포장하던 중 절단기가 멈춘 줄 알고 손을 넣었다가 왼쪽 중지를 다치기도 했다.

현장실습생의 권리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성화고 재학생과 졸업생 연합체인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는 이날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현장실습 5대 쟁점과 대안’ 브리핑을 열고 “안전 대책 없는 실습업체와 관리 감독에 무책임했던 교육 당국이 현장실습생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빠져있다”면서 학생 선택형 현장실습 제도의 도입을 요구했다. 원하지 않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산업체 파견 실습, 전공과 무관한 업체로의 파견 등이 이런 사고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이밖에도 ▦현장실습 컨트롤타워 부재 ▦현장실습생의 학생ㆍ노동자 이중지위 문제 ▦현장실습 실태 파악 지연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특성화고 실습생 고 이민호 군 추모문화제'에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앉아있다. 연합뉴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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