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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삥’ 뜯기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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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삥’ 뜯기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들

입력
2017.11.2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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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아나운서 지망생 유모(24)씨는 최근 수 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공기관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채용됐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고 했다. 그가 아나운서 취업준비생으로 준비했던 1년 반 동안 프로필 사진과 학원 수강료 등을 포함해 들어간 비용은 매월 100만원선. 하지만 그가 프리랜서로 채용된 이후, 한 달에 6번 방송에 받는 돈은 고장 월 30만원이 전부다. 1번에 5만원 꼴인 이 방송을 따내는 경쟁률도 최소 100대1이 넘는다. 그는 “방송을 한 번 할 때마다 드는 교통비와 화장 비용만 합해도 최소 10만원이 넘는데, 회당 5만원을 받는 건 돈을 번다고 할 수도 없다”며 “어쩔 수 없이 다른 아르바이트를 뛰어야만 간신히 생활비를 벌 수 있다”고 토로했다.

언론인 지망생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서 아나운서 지망생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언론인 지망생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서 아나운서 지망생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열악한 처우에 신음하고 있다.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치열한 경쟁률까지 뚫고 입사에 성공했지만 정작 대가는 초라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서울의 한 기업에 사내 방송국 아나운서로 입사한 B모(25)씨는 “추운 겨울에 노출이 있는 원피스 한 장만 입고 하루 종일 야외에서 촬영한 적도 있다” 며 “프리랜서로 입사 했는데, 근로계약서 작성은 고사하고 급여와 관련된 통장 계좌 번호 문의 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면서 한 대형 스포츠 방송국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입사한 박모(30)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고 했다. 박모씨는 “1,000대 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뚫고 서류와 합숙 면접 전형까지 거쳐 합격했지만 막상 입사하고 나서도 현재까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며 “행여 고용에 문제가 생길까 두려운 마음에 (근로계약서와 관련된) 문의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프리랜서들에게 ‘정규직 아나운서’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서울 공릉동에 사는 아나운서 지망생인 이모(24)씨는 “공중파 계열의 스포츠 방송국 아나운서들도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어낸 인재지만 거의 프리랜서로 입사하고, 대부분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들어간다”며 “이 바닥에선 정규직은 커녕 계약직 전환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씁쓸해 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된 이후 길도 순탄치 않다. 합격 통보를 해놓고 ‘잠수’를 타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경기도의 한 사내 방송국 아나운서로 채용된 한모(23)씨는 “서류 전형과 카메라테스트를 거쳐 합격 통지를 받았지만 방송국 관계자로부터 3주 동안 어떤 연락도 없었다” 며 “초조했지만 괜히 계획된 방송마저 취소될 수 있다는 걱정에서 전화도 못했다”고 말했다.

사적인 모임에 나갈 것을 주문 받는 일도 흔하다. 한 경제 방송의 캐스터로 근무 중인 이모(25)씨는 “방송국 직원들과 골프장에 가서 ‘사장님한테 애교 부려봐라’, ‘이런 거 잘 해야 사회생활 할 수 있다’ 등의 이야기는 자주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관계자는 “비정규직 아나운서들도 노동조합에 연결된 노무사 등을 통해 상담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관련 시민단체인 ‘꿀잠’ 관계자는 “합격 통보를 해놓고 잠수를 타는 등의 행위는 거의 사기죄” 라며 “아나운서 지망생들에 대한 사례들이 하나 둘씩 밝혀져 공론화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정규직 아나운서 채용을 늘리는 등 정부차원에서의 제도적인 개선과 방안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유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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