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결혼 발표

청혼 도중 먼저 “예스라고 말해도 될까?”
해리, 다이애나 다이아몬드로 반지 디자인
‘이혼한 미국 혼혈 여성’ 마클 받아들이자
“보수적인 영국 왕실에 변화” 해석도 나와
27일 영국 해리 왕자(왼쪽)와 약혼녀인 메건 마클이 내년 봄 결혼 소식을 발표한 뒤, 영 BBC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BBC화면 캡처ㆍAP 연합뉴스

“아름다운 그녀가 발을 헛디뎌 제 삶으로 떨어진 거죠.”

27일(현지시간) 영국 해리 왕자(33)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배우 메건 마클(36)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해리 왕자는 마클의 출세작인 미국 드라마 ‘슈츠’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마클에게도 영국 왕족은 ‘딴 세상 사람’이었다.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은 그러나 지난해 7월 지인이 주선한 소개팅으로 서로를 알게 되자, 해리 왕자의 말처럼 ‘믿을 수 없을 만큼 급속도’로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16개월 만인 이 달 초 비밀리에 약혼식을 올렸고, 내년 봄 결혼한다는 소식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20년 전 모친인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감정을 닫고 살아왔던 해리 왕자와, ‘이혼한 미국인 혼혈 여성’ 마클의 드라마틱한 러브스토리에 영국은 물론,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두 사람을 금세 하나로 묶어준 것은 ‘더 나은 세상’이라는 공통 관심사였다. 해리 왕자는 BBC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는 데 열정을 갖고 있다”고 했다. 마클도 “첫 만남 때 나눈 대화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다양한 일들, 변화를 일으키는 열정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마클은 실제로 인도주의 사업, 유엔에서의 성평등ㆍ여성권리 신장 활동 등 사회적 참여에 적극적이다.

프러포즈 당시의 구체적 상황도 공개됐다. 일요일인 지난 5일 저녁, 해리 왕자는 켄싱턴궁에서 마클과 함께 ‘로스트 치킨’ 요리를 만들던 중, 갑자기 마클을 바라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준비해 뒀던 ‘청혼 문구’를 다 읽지는 못했다. 기쁨에 겨웠던 마클이 도중에 “‘예스’라고 말해도 될까?”라고 했기 때문이다. 해리 왕자는 곧바로 반지를 건넸고, 두 사람은 포옹과 함께 결혼을 약속했다. 마클은 “정말 놀랐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몹시 달콤하고 로맨틱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해리 왕자가 약혼녀 메건 마클에게 청혼과 함께 건넨 다이아몬드 약혼 반지. 다이아몬드 3개 중 2개는 모친인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소장품이다. EPA 연합뉴스

특히 해리 왕자가 준비한 청혼 반지는 의미가 남달랐다. 황금색 링과 다이아몬드 3개로 구성된 이 반지는 해리 왕자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데다, 다이아몬드 2개는 바로 어머니의 소장품이기 때문이다. 다른 1개도 이들 커플의 캠핑 추억이 있는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캔 원석을 가공한 것이라고 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마클이 낀 반지에는 오래된 물건과 새로운 물건이 함께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결혼은 보수적인 영국 왕실의 변화를 뜻하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일단 마클이 미국인인 데다, 2011년 영화제작자와 결혼 후 2년 만에 이혼한 경력이 있고,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여성이기 때문이다. 앞서 1936년 영국 왕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인 이혼녀’ 윌리스 심슨과의 결혼을 위해 결국 왕좌에서 물러났던 경우와는 상당히 대비되는 것이다. NYT는 “마클은 윌리스 심슨의 유산을 청산할 것”이라며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의 결혼이 ‘왕위 계승자와 평민의 결합’이었다면, 이번 결혼은 영국 왕실이 이혼한 혼혈 미국인을 포용한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켄싱턴궁은 29일 “해리 왕자와 마클은 내년 5월 윈저성 성 조지스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영국 해리 왕자(왼쪽)와 약혼녀인 메건 마클이 27일 “최근 약혼식을 올렸으며 내년 봄 결혼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한 뒤, 런던 켄싱턴 궁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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