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 씨가 슈퍼주니어 멤버 겸 배우 최시원 가족의 프렌치불도그에 물리는 모습. 당시 개는 목줄이나 입마개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SBS 캡처=연합뉴스

누리꾼 사이에서 “맹견을 훈련시켜 사람을 죽여도 벌금 몇 만원만 내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유명 음식점 대표를 사망에 이르게 한 ‘개물림 사건’ 견주가 목줄 미착용 과태료 5만원 외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은 사실을 비꼬는 건데, “정말 그렇냐”며 혼란스러워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9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조두순 죽이고 감옥 안가는 법’이라는 게시글이 큰 호응을 얻었다.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조두순 출소일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고 운을 뗀 게시자는 “맹견을 풀어놓고 물어 죽여도 벌금 5만원이면 깔끔하게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핏불테리어’ 견종을 추천하면서 “성격이 어떤지는 인터넷에 쳐 보라”고도 했다.

해당 게시글 아래에는 “벌금은 내가 대신 내겠다”, “아예 100마리 정도 풀고 서로 누구 개가 물었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술 마신 개를 이용하면 심신미약으로 벌금도 줄어들 듯” 등 댓글 수백 건이 달렸다. 열광적 반응에 “웃자고 하는 말이겠지만 오해하는 사람 있을까 걱정된다”며 “글쓴이 말대로 행동하면 벌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개를 이용해 사람을 죽이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정말 과태료 5만원으로 끝날까? 그렇지 않다. 현실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낮고, 전례도 없지만 훈련된 개를 살인 도구로 동원하면 형법상 ‘살인죄’가 성립된다. 핵심은 ‘고의성’ 여부다. 계획된 범행인지는 물론, 개가 사람을 물고 있다는 상황을 ‘인지’하고도 견주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고의적 살인이 인정될 수 있다.

보다 교묘한 수법을 제시하는 게시글도 있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는 “대형 맹견을 목줄한 채 데려가 원수를 물어 죽이고 법정에선 ‘개가 워낙 크고 사나워 목줄을 해도 통제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면 무죄”라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 역시 틀린 주장. ‘고의성이 없었다’고 재판부를 속일지라도 ‘부주의’로 인한 과실치사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개물림 사고로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 형법은 견주에게 과실치상, 과실치사죄를 묻는다. 과실치상의 경우 500만원 이하 벌금과 구류 또는 과료, 과실치사는 2년 이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목줄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가 살인 고의성 입증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사고 당시 정황과 견주가 개를 언제부터 어떻게 길렀는지 등을 다각적으로 조사, 단순 과실이 아님을 밝혀낸다면 살인이 입증된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처벌수위 등 반려견 사고 관련 법과 정책에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고, 개인이 직접 보복에 나설 생각은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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