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공원에서 정형행동을 하는 코끼리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나라 동물원에 살고 있는 코끼리가 총 몇 마리인지 아시나요?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이하 동행)에 따르면 국내 동물원에는 현재 총 19마리의 코끼리들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제외하고 코끼리의 생활상이 제대로 드러난 곳은 없다고 하는데요.

동물을 위한 행동 전채은 대표는 최근 서울 서소문로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코끼리들의 전시 사육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먼저 방사장 면적 기준입니다. 이를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와 비교한 결과 서울동물원을 제외하고 모든 동물원이 사실상 AZA기준에 미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ZA의 경우 외부 방사장의 경우 마리당 500㎡를 권고하고 있으며, 실내전시관의 경우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는 마리당 (여) 36㎡, (남) 45㎡, AZA의 경우 37.2㎡(암컷 한 마리), 55.7㎡(아기를 데리고 있는 엄마 혹은 수컷)를 최소한의 기준으로 잡고 있습니다. 높이 기준은 AZA기준으로 7. 3m 이상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용인 에버랜드와 부산 삼정더파크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었다. 동물을 위한 행동 제공
코끼리는 심심하고 무료하다

동물을 위한 행동은 또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국내 동물원 3곳에서 각각 5시간씩 총 15시간 코끼리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질병 관리와 행동 풍부화 (동물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장난감을 주거나 먹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주는 과정)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대표는 "국내 코끼리 대부분이 정형행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형행동은 목적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 머리를 흔들거나 한쪽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거나 전시관의 한쪽에서 한쪽으로 왔다갔다 하는 행동을 말하는 데요. 놀 거리가 풍부하지 않은 전시관 내에서 상당한 시간 동안 정형행동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코끼리들은 매우 무료해하고 심심해했는데요, 이는 마치 독방에 갇힌 사람이 무언가 무료함을 없애기 위해 애쓰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했습니다.

부산 동물원의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습니다. 코끼리는 중간중간 정형행동을 했지만 방사장 안을 돌아다니거나 풍부화 전시물을 가지고 놀거나 관람객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코로 풀을 뜯거나 흙을 몸에 뿌려 모래목욕을 하고 물건이 있으면 건드리거나 몸에 대며 가지고 놀았다고 합니다.

대구 동물원의 경우에는 전시장 안에 풍부화 시설물이 전혀 없었습니다. 수컷보다 암컷에게서 정형행동이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대구동물원 코끼리의 발 상태. 동행은 발관리와 종합검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동행 제공

광주 동물원의 경우 엄마와 아이가 함께 지내고 있어 사회성에는 비교적 무리가 없어 보였지만 아기에 비해 엄마가 정형행동이 심했다고 합니다. 아기는 사육사가 물을 뿌려주면 좋아하면서 진흙에서 뒹구는 행동도 했습니다. 전 대표는 "비교적 환경이 다른 곳에 비해 좋은 편이지만 향후 행동풍부화를 더 많이 진행해주고 전시관을 넓혀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합니다.

훈련 안돼 검사 조차 못해

동행은 보호접촉지침에 따른 긍정적 강화훈련을 실시하지 않는 것은 사육사의 안전과 코끼리의 건강에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보호접촉지침이란 2000년대 초 샌디에고 동물원의 요청으로 환경단체활동가들이 만들었는데 체벌을 사용하지 않고 사육사들의 안전이 보장되며 마취나 통제 없이 코끼리들을 관리하고자 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긍정적 강화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국내 한 동물원의 경우 코끼리가 그간 두 번이나 쓰러졌으나 혈액검사조차 실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코끼리는 자유접촉 지침에 따라 훈련 시 ‘불훅’이라는 기구를 사용해 왔습니다. 코끼리들은 무리 안에서 더 높은 서열을 차지하려고 경쟁하기 때문에 교대 후 들어온 사육사가 코끼리 앞에서 넘어지거나 허점을 보이면 코끼리는 사육사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불훅을 사용해 코끼리를 위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상호 신뢰와 복지를 고려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배경에서 보호접촉지침이 마련되었고, AZA는 이 시스템을 코끼리와 사육사가 제한된 공간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 코끼리를 제어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으로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보호 접촉 시스템은 긍정적 강화 훈련을 사용하여 이전의 행동을 수정하는 훈련 방법입니다. 현재 이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유일하며 어린이 대공원 동물원은 훈련을 위한 교육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동행은 국내 8군데 코끼리 보유 동물원에 행동풍부화 여부와 긍정적 강화훈련에 대한 질의를 했는데요,

부산동물원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에버랜드 동물원은 연락을 거부했으며 국내 4개 공영 동물원은 정보공개신청에 모두 수신거부를 했습니다. 전 대표는 "서울동물원과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제외한 국내 모든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아기 코끼리가 엄마 코끼리를 쫓아가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그나마 국내 동물원 가운데에서 면적도 넓고, 긍정적 강화훈련도 해서 상황이 나은 편이다. 동그람이
동물원 코끼리 전시 개선 되어야

동행은 지금까지 조사한 것을 기반으로 전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코끼리들이 사는 면적을 확대하고, 실내 전시관 바닥을 개선하며 사육사들의 2인1조 관리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또 발관리를 위한 훈련과 결과 과정을 명문화하고, 행동 풍부화 훈련을 해야 하며 건강검진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 대표는 "코끼리의 전시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예산증액이 필요하며 전문적 훈련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코끼리가 쓰러져도 대책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코끼리는 더 이상 한 동물원의 소유물이 아니라 함께 보호해야 할 국제적 멸종위기종입니다. 동물원 동물에게도 동물복지가 필요하다는 동행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고은경 동그람이 팀장 scoopk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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