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1주년 앞두고 거리로… 광장정치, 대의 민주주의 저해 우려

보수단체, 박 前대통령 석방 주장
진보단체, 적폐 청산ㆍMB 구속 요구
“靑, 국회와 소통ㆍ협치 솔선수범을”
촛불집회 1주년(10월 29일)을 앞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명박심판 범국민행동본부' 관계자 등이 촛불집회를 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며 'MB구속'이라는 글씨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끌어낸 촛불집회 1주년을 앞두고 보수ㆍ진보진영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수 진영은 옥중투쟁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으며 진보 진영은 촛불의 여세를 몰아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까지 주장하고 있다. 진영 논리에 기반한 광장의 정치의 재개인 셈이다. 정치권까지 광장에 눈길을 보내면서 대의정치의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28일 촛불집회 1주년에 맞춰 대규모 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태극기와 촛불’이 또다시 광장에서 한판 대결을 벌일 기세다. 21일 서울 곳곳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에 반대하는 친박근혜ㆍ보수성향 단체들이 태극기집회를 열어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한 반면, 진보성향 단체들은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기자회견과 촛불집회를 잇달아 열고 적폐 청산을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등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두고 현 정부와 이전 정부 세력이 벌이는 힘 겨루기가 광장까지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도 촛불집회 1주년에 맞춰 들썩거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당 차원의 총동원령을 내린 가운데 21일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의 친박 정치인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결정에 반발해 세력 결집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아직까지 당 차원의 집회참석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으나 정치인들은 개별적으로 참석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대표 측은 “논의를 해 봐야 하긴 하지만 촛불집회 기념하는 의미에서 참석할 수도 있지 않나”라고 전향적 입장을 표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중도통합 논의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촛불의 힘을 몰아 사회적 참사 진상 규명법 등 개혁입법 과제를 적극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보수와 진보 양측이 광장을 중심으로 다시 세력대결을 펼치면서 광장정치의 일상화와 1년 전 혼란의 재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치권이 적폐 청산을 둘러싸고 극한 대치를 거듭하면서 타협과 소통의 공간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적폐 청산도 필요하지만 여야 간 소통의 공간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며 “청와대가 국회와 소통과 협치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정치권을 포함한 보수ㆍ진보진영이 대의 민주주의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보장하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국회가 막힌다고 해서 협치로 풀 생각은 하지 않고, 직접 민주주의로 돌파하려 해선 안 된다”며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건 필요하지만 무력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촛불집회 1주년을 앞둔 21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주변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정치투쟁 선언 지지 제20차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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