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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영어 교육 이를수록 좋지만

입력
2017.10.13 11: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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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교육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나이가 어릴수록 아이들이 말을 쉽게 배우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어학자들은 두 살 반 정도를 아이들이 모국어를 습득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라고 본다. 이 시기를 놓치면 결코 모국어를 습득할 수 없다. 1970년 초에 미국 LA 근교에서 지니(Genie) 라는 아이가 아버지의 학대 속에 13년 동안 우리 속에 갇혀 지내다가 발견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지니는 언어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니는 후에 어느 정도 단어를 습득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모국어를 습득하지 못했다.

나이가 어리면 하나의 모국어뿐 아니라, 여러 가지 언어를 배우는 데도 큰 이점을 갖는다. 이중언어 교육의 최근 연구들은 하나같이 어린 아이들이 이중 혹은 삼중 언어에 노출되어 다중 언어 화자 (multilingual)이 되는 게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글로벌 사회에서 엄마와 아빠가 서로 다른 모국어의 소유자인 경우는 결코 드물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엄마와 아빠의 언어를 습득하고, 이와 더불어 때에 따라서는 제 3의 환경 언어까지 습득하게 된다. 사실 세계적으로 점점 이러한 다중 언어 구사 아이들이 하나의 모국어 환경 속에서 사는 아이들보다 훨씬 늘어나고 있는 것이 추세이다.

조기 영어 교육에 대해 찬반을 논하긴 하지만, 어릴 때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노출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한 언어(One Language At a Time) 정책 혹은 몰입식 영어 교육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여러 가지 언어는 아이의 언어와 인지 발달 속도를 늦추고, 아이들을 더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영어 교육은 ‘도’ 아니면 ‘모’ 식으로 영어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모국어인 한국어도 희생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영어 유치원에서는 한국어도 서툰 아이들에게 “영어로만 말할 것”을 강요한다. 그런데, 사실 수 많은 이중언어 교육 연구자들은 유아 영어 교육에 있어서 한 언어 정책이나 소위 몰입 교육 (total immersion) 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찾아 냈다. 한 마디로 아이들이 스폰지처럼 언어를 익히고, 그 언어의 주인이 되는 과정에서 아이들을 강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어와 영어를 적절히 잘 섞어서, 부담과 강요 없이 언어를 배울 때, 아이들의 뇌는 신비스런 언어 습득을 시작한다. 영어로만 말하게 하고 그러지 않을 때 심지어 체벌을 가하거나 하는 식의 교육 방법은 아이들의 집중력을 강화하기는커녕, 마음을 닫게 하고, 두려움증을 갖게 하며 나아가 언어를 싫어하게까지 한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즐겁게 아이를 언어와 문화에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심리학적으로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이러한 두려움증을 갖게 되면 언어를 배우기는커녕 후에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발달에 문제를 갖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다수의 언어, 인지심리학 연구결과들이 있다. 조기 영어 유학을 가서 영어를 좀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마음 깊이 병들어 오는 아이들의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언어학자 촘스키가 말하듯이 아이들에게는 언어 습득 기제가 있다. 우리의 어린 아이들은 하나도 아닌 여러 가지 언어를 마스터 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선사 받았다. 이 기제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어야 한다. 마음이 편해야 말을 할 수 있다.

지은 케어 옥스퍼드대 한국학ㆍ언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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