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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성교육] “성은 몰라도 돼” 금물… 눈높이 맞춰 설명해 주세요

입력
2017.09.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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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학년은 솔직ㆍ사실적 설명

저학년은 동화적 표현이 효과적

음란물 목격하면 “나도 예전엔…”

말문 열고 성교육으로 유도를

성폭력 동영상은 절대 허용 안돼

“보는 것도 강간” 분명히 말해야”

초등학생 4명 중 1명이 음란물을 봤다고 조사될 만큼 성적 노출이 빈번한 시대지만, 성교육은 여전히 수박겉핥기다. 부모세대 스스로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자녀들의 질문에 오히려 당황하거나 외면하거나 강압적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부모들이 난감해하는 상황에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가에게 물어보았다.

-너무 어린 나이에 ‘섹스가 뭐냐’고 물어보면 ‘몰라도 돼’라고 해야 할까?

“아이들이 알 필요 없는 질문이란 없다. 부모가 설명하기 어려울 뿐이다. 어떤 질문이라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당황해 설명할 말이 안 떠오르면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공부해서 꼭 알려줄게. 약속해’라고 말하고 시간을 버는 것도 방법이다.

우선 그것이 왜 궁금한지, 어디서 들었는지를 물어서 질문의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섹스는 또 다른 말로 성관계라고 한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손도 잡고 뽀뽀도 하고 서로 몸도 만질 수 있는데 그때 성기의 접촉이 일어나면 성관계라고 한다’라는 식으로 솔직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저학년 이하이면 사실적으로 얘기하는 것보다 나비나 꽃 같은 동화를 빌려 생명의 탄생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이 시기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해서 잘 이해할 수 있다.”

-성별이 다른 부모와, 또는 남매들이 함께 목욕하는 것은 언제까지 허용하는 게 좋을까?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초등 3학년) 정도가 되면 아이 스스로 목욕을 하는 것을 피한다. 학교에서도 남자와 여자끼리 구분해서 놀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아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집에서의 목욕도 분리하는 것이 좋다. 부모와 아이가 불편을 느끼는 시점이 분리 목욕의 기준이다. 남매 분리 목욕도 마찬가지다. 같이 목욕을 하더라도 다섯 살부터는 부모가 도와주기만 하고 자기 몸을 스스로 닦도록 하는 게 좋다.”

-아이가 성기를 지칭하는 저속한 용어를 쓰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 아이들은 게임 사이트, 유튜브 영상, 포털 사이트 댓글 등을 통해 왜곡된 용어를 많이 접한다. 이때 부모가 개념을 바로잡아줘야 한다. ‘그 표현은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희롱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에 대한 옳은 표현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가 담긴 성교육 책을 선물하거나, 성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신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왜곡된 정보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음란 영상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초등학생까지는 너무나 강렬한 자극이므로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청학동에 살아도 음란 동영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사춘기가 지나면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이의 방에 들어가기 전에 헛기침이나 노크를 하고, 만약 음란물을 보고 있는 상황에 부닥치면 일단 모른 척한다.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이해한다. 나도 너와 비슷한 무렵에 본 것 같다’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호기심이 충족됐느냐’고 물어보고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책이나 성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유도한다. 제작된 음란물이 현실과는 다르다는 점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필터링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반드시 필터링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성폭력 동영상이다. 요즘엔 동의 없이 몰래 찍어 인터넷에 올리거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찍는 등, 그야말로 범죄 영상이 유포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처벌받아야 할 행위다. 아이에게 ‘시청 강간’의 개념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너는 성폭력에 동참하는 거다’라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이런 개념을 알고 있는 아이라면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스스로 절제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성폭력에 대한 개념은 언제부터 가르쳐야 하나?

“유아기 내 몸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이다. 유아기~초등학교 저학년에게 내 몸의 주인은 나이고 내 몸을 만질 때는 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이 시기에 학교에서 사회 질서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순응하지만,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공감해주거나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공감무능력자가 되고, 성폭력 피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부모가 자녀 말을 경청하고 공감의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자위행위에 너무 몰두하는 것 같다.

“성욕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학습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성장기 아이들이 신체활동을 즐기지 못하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다 보니 욕구를 해소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손이 향한다. 습관적으로 자위를 하는 아이일수록 신체적 활동이 제한된 경우가 많다. 성적인 욕구를 고정된 방법으로만 해소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뛰어 놀기도 하고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공교육이 같이 힘써야 할 부분이다.”

-미성년의 나이에 성관계를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성관계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성관계를 해도 되는 나이와 안 되는 나이의 선을 분명히 긋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강압적인 태도로 통제하려고만 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 쉽다.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이라면 성관계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들어보고 그에 동반되는 책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랑을 건강하게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두는 게 좋다. 콘돔을 사용하는 방법, 피임의 중요성,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 안전하게 성관계를 나눌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황상 성폭력 피해가 의심스러운데 말을 안 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아이에게 확인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왜 따라갔느냐’, ‘왜 가만있었느냐’ 같은 피해자를 비난하는 듯한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성폭력 피해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너의 편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아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성폭력상담소에 신고하고 무료 변호사 지원 제도나 피해자 치유 프로그램을 신청한다.”

-부부의 관계 장면을 아이가 본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영유아의 경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른들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가 싸웠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왜 싸웠냐고 물으면 ‘싸운 게 아니라 서로 좋고 사랑해서 놀고 있었어’라고 대답하는 것이 좋다. 사춘기 이후의 아이라면 그 의미를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가 먼저 물어오지 않는다면 억지로 달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서 시간을 좀 가지면 어색함은 저절로 수그러들 것이다. 그래도 아이가 걱정된다면 ‘놀랐지? 근데 다음부터 너도 인기척 좀 줘라’하고 가볍게 넘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부모가 더 걱정스러운 면도 있다. 성관계 도중에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심인성 발기부전이 오는 남성들이 있는데, 이들은 ‘부부관계 할 때마다 아이 얼굴이 떠오른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부모도 지나치게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도록 성에 관심이 없다면 부모가 먼저 얘길 꺼내는 것이 좋나?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성에 대해 이야기한 경험이 없거나 교감과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청소년 자녀에게 갑자기 부모가 성교육을 하려고 하면 아이가 부담스럽게 느끼게 된다. 소통이 어려워 성교육 효과도 별로 없다.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고 있는지 물어보거나, 재미있는 성교육 사이트를 소개하거나, 성교육 책을 사서 책상 위에 올려두는 식이 적당하다. 필요하면 지역 성문화센터 같은 기관에서 주최하는 성교육 체험이나 부모와 함께 하는 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박현이(왼쪽)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부장, 황진철(오른쪽)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대외협력이사. 김주은 인턴기자
박현이(왼쪽)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부장, 황진철(오른쪽)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대외협력이사. 김주은 인턴기자

도움말= 박현이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부장, 황진철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대외협력이사

정리= 김주은 인턴기자(고려대 컴퓨터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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