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따르면 차값 상승” vs “생산 접으면 조단위 매출손실”

#1
내달부터 배기가스 측정기준 강화
시판 모델은 모두 불합격 수준
#2
재설계-저감장치 설치하자니
차값 올라 판매량 하락 불보듯
판매 중단 땐 회사 존폐 위기에
게티이미지뱅크

“새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한 시간을 달라.”(A자동차 관계자)

“디젤차 규제로 차 가격 오르면 누가 디젤차 사겠는가.”(B자동차 관계자)

디젤차 배출가스 규제가 빠르게 강화하면서 국내 완성차 5개 업체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독일 자동차들이 배기가스 허용치를 조작한 ‘디젤 게이트’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기준이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가 내달부터 시행된다.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추가 저감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이럴 경우 차량 가격이 상승해 판매가 감소할 수 밖에 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디젤차 개발에 투입된 비용을 생각하면, 생산을 접을 수도 없어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새로 출시될 디젤 차의 연비ㆍ배기가스 측정은 시험실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실도로주행배출가스측정(RDE)으로 실시하게 된다. 또 기존(NEDC) 기준보다 측정 주행거리, 최고속도 등이 대폭 엄격해진 국제표준시험방법(WLTP)이 도입된다. 2015년 폭스바겐이 저지른 배기가스 후처리장치 조작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강화될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제도 시행 전 디젤 신차를 집중 출시했다. 현대ㆍ기아차에선 1.6ℓ디젤 엔진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코나ㆍ스토닉을 각각 6, 7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고, 쌍용차는 G4렉스턴에 이어 1.6ℓ디젤인 티볼리 아머를, 르노삼성차 역시 QM3를 이달 1일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측정기준이 적용되면 인증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여름휴가 기간에도 신차를 내놨다”고 털어놨다.

RDE, WLTP가 적용되면 측정 시험이 실제 주행 상황과 비슷해져 질소산화물(NOx) 등 유해물질 배출이 지금 측정시험보다 많아지게 된다. 현재 판매되는 국내 디젤차 중에는 강화되는 새 기준을 충족하는 차가 없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에서 만든 새 기준에 맞추려면 질소산화물 저감장치(LNT)로 기존 기준을 충족했던 차량도, 요소수로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를 추가해야 하고, 엔진ㆍ배기가스 시스템 등 차량 구조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젤 승용차 등록 비중/2017-08-23(한국일보)

국제적인 디젤 배기가스 규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강화될 예정이어서, 디젤차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가 2015년 당시 강화된 디젤차 배출기준(유로6)에 충족하는 그린시티, 믹서트럭 등 상용차를 출시하며 SCR 등 후처리 부품을 적용하면서, 가격을 10% 정도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량이 많은 승용차를 상용차와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려워 차 가격이 10%까지 높아지지는 않겠지만, 부품비와 촉매제 구입 등 추가 비용이 들어가고,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출력을 낮춘다면 성능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당장 디젤차를 판매 중단할 경우 1년에 2조원의 매출손실이 예상돼, 존폐 위기에 몰리게 된다”며 강화된 기준 적용을 미뤄달라는 업체도 있다. “기존 제작된 차량이라도 소화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 “디젤엔진 개발을 위해 들인 막대한 비용을 회수하지도 못한 채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게 됐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니만큼 국내업체의 친환경차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젤차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조차 디젤차는 끝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디젤차에 이어 휘발유, 하이브리드 차 순 차례차례 몰락할 것이 확실해, 국내 업체들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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