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삶과 일터 바꾸는 정규직 전환

문 대통령이 당선 후 첫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선언했던 곳
노사 이견에 두 달 넘게 지지부진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용역업체 직원인 환경미화원이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무늬만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면 실망감만 커질 것이다.”(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A씨)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 간 의견 차이로 노동자를 대표할 협의체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두고도 노조와 공사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을 향한 꿈이 더 큰 좌절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15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항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모두 7,396명이다. 내년 1월 제2여객터미널이 문을 열면 비정규직 규모는 9,924명까지 늘어난다. 정규직 정원(1,432명)의 7배다. 특히 수화물처리나 통신 등 공항 핵심 업무뿐 아니라 사이버보안, 보안검색, 경비, 소방 등 이용객 안전과 밀접한 업무도 용역업체들이 담당하고 있어 정규직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사는 아직 대화 테이블에 앉지도 못했다. 공항 노조 가운데 조합원(3,200명)이 가장 많은 민주노총은 지난 9일 공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정규직 전환을 논의할 노사전문가위원회를 하루빨리 구성하기 위해 좋은일자리자문단 조정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공사의 좋은일자리자문단은 민주노총 5명, 한국노총 3명, 상급단체가 없는 기업노조 2명으로 노동자공동대표단을 만들어 노사전문가위원회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 상태다. 그러나 할당 인원이 적은 한국노총의 반대로 구성이 늦춰지자 민주노총이 “한국노총 몫을 공석으로 두더라도 대표단을 꾸려 정규직 전환 논의를 시작하자”고 시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공사는 “일부 노조의 목소리만 들을 순 없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내 놨다. 공항에서 10년째 용역업체 직원으로 일해 온 B씨는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외부에 노ㆍ노갈등으로 비춰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용역계약 중도해지, 정규직 전환방식 합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사와 계약을 맺은 60개 용역업체 가운데 40곳은 이미 올해 재계약을 마친 상태다. 계약기간은 2020년까지다. 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올해 안에 마무리 지으려면 중도 계약 해지가 불가피하다. 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위약금을 받아도 손해”라며 “단체 손해배상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진 한국노총 공공산업희망노조 사무국장도 “공항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규직 전환방식을 두고선 노ㆍ사는 물론 노ㆍ노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공사는 지난달 ‘좋은 일자리 창출전략 및 실행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하며 ▦공사의 직접고용 ▦자회사를 통한 고용 ▦무기계약직 전환 등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재영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 대변인은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또 다른 차별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사무국장은 “공사의 정년 기준(60세)을 넘긴 하청업체 직원은 직접고용 시 해당이 안 된다“며 “자회사를 통한 고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 공사 부담을 줄이면서 정규직으로 전환될 비정규직의 소득 불이익은 최소화하는 쪽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중앙부처ㆍ지방자치단체ㆍ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는 184만8,500명 중 비정규직은 31만1,800명(16.9%)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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