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극 ‘조작’은 언론사 비리를 들추는 사회 고발성 드라마다. SBS 제공

여기 대한일보라는 거대 보수신문사가 있다. 여론을 떡 주무르듯 하며 진실을 왜곡하는 데 능숙한 곳이다. 5년 전 한 대기업 회장이 비리 장부를 남기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재계를 비롯한 사회 기득권층이 발칵 뒤집힌다. 대한일보도 자유롭지 않다. 유력 언론사라는 위상을 이용해 진실 조작에 돌입한다. 관련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자살한 회장을 치매 환자로 둔갑시켜 사건을 정리해버린다. 요즘 시청률 10%를 넘기며 인기를 얻고 있는 SBS 월화극 ‘조작’의 내용이다.

이 드라마에서 언론은 사회의 공기가 아닌 흉기로 곧잘 묘사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악질 언론의 천적은 언론이다. 대한일보 기자였던 형의 죽음을 목격한 한무영(남궁민)은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애국신문의 기자가 된다. 그는 조작을 일삼는 대한일보에 맞서 직접 증인을 찾고, 검사 권소라(엄지원)를 끌어들여 사건을 재조사한다.

무영은 무모하다 할 만큼 저돌적이다. 대한일보의 조작된 기사 때문에 살해 누명을 쓴 인물을 만나기 위해 간호사로 변장하고, 그의 인터뷰를 생중계하는 등 대한일보의 왜곡에 맞불을 놓는다. 그러나 대한일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무영은 “돌팔매질 밖에 안 된다”는 대한일보의 양심적인 기자 이석민(유준상)의 경고에도 “세상이 불공평한데 똑 같은 룰로 어떻게 이기느냐”며 울분을 참지 못한다.

최승호 MBC 해직PD는 다큐멘터리영화 ‘공범자들’을 통해 지난 9년간 망가진 공영방송 KBS와 MBC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낸다. ㈜엣나인필름 제공

한무영과 대한일보의 싸움은 현실에서도 진행 중이다. 1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영화 ‘공범자들’은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작품이다. 지난 9년간 공영방송 KBS와 MBC가 권력에 의해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MBC 해직 PD인 최승호 감독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언론에 가한 “패악질”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감사원, 검찰 등이 차례로 나서 정연주 전 KBS 사장을 해임하는 과정, KBS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되고, MBC 사장에 대통령 최측근 인사가 임명되는 등 권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해 가는 과정을 깊이 있게 다뤘다.

권력과 손잡은 공영방송은 세월호 참사 오보와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실에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 국민은 공영방송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제작 일선에 나선 내부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제작 현장에서의 고통은 일선 기자와 PD들의 몫이었다. 드라마 ‘조작’보다 더한 대한민국의 민낯이었다.

최 감독은 ‘공범자들’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언론이 질문하는 것을 막았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겐 “권력의 영향을 받은 것이냐”며 돌직구를 던진다. 되돌릴 수 없는 지난 9년에 대한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온 것일 지도 모른다.

하마터면 ‘공범자들’은 개봉조차 못할 뻔했다. 영화 속 ‘주인공’인 김장겸 MBC 사장과 김재철 안광한 전 MBC 사장 등 5명이 “영화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고 초상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행정법원은 14일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제 대중이 안하무인 언론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조작’이 통하는 세상을 두고 볼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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